오케스트라에서 악기마다 수석 연주자가 앉는 자리는 무대와 가까운 쪽이다. 나머지 단원은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수석 연주자와 가깝게 앉는다. 하지만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3월 구자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사진)가 취임한 후 이런 관행을 깼다. 수석 연주자를 제외한 나머지 단원이 앞, 뒤, 옆자리를 차례대로 돌아가며 바꿔 앉는다.
“오케스트라에선 앞자리나 뒷자리가 따로 없습니다. 모두 옆자리죠.” 구 감독은 19일 통화에서 모든 악기와 단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단원들이 지휘자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연주하며 새롭게 음악을 경험하고, 뒷자리에 앉는 단원들은 앞으로 나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자리에 따라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민감하죠. 전임 광주시향에서도 반대가 심해 자리 바꾸기를 못했습니다. 경기필에 부임한 후 단원들에게 자리 바꿔 앉기를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고 제비뽑기부터 시작했죠.”
다만, 몇몇 단원이 “뒷자리가 걸리면 지인을 연주회에 초대하기가 좀 민망하다”고 해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부터 안내 책자에 이 같은 내용을 적어 넣기로 했다.
이번 정기연주회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 ‘4개의 마지막 노래’(협연 소프라노 전지영)를 레퍼토리에 올렸다. 연주회 전날인 27일엔 수원 경기필 연습실에서 구 감독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5월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 때 ‘18세 이상 입장가’란 조건을 달았던 그는 다음 달 여는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에는 ‘만 19세 이상 입장불가’라고 써 넣었다. 티켓도 2장 단위로만 판매한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모음곡 ‘로미오와 줄리엣’,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마리아’ ‘투나이트’,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들려준다. 031-230-3320, 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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