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뽑아 자리 순환” 오케스트라 관행 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경기필 구자범 감독의 파격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마다 수석 연주자가 앉는 자리는 무대와 가까운 쪽이다. 나머지 단원은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수석 연주자와 가깝게 앉는다. 하지만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3월 구자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사진)가 취임한 후 이런 관행을 깼다. 수석 연주자를 제외한 나머지 단원이 앞, 뒤, 옆자리를 차례대로 돌아가며 바꿔 앉는다.

“오케스트라에선 앞자리나 뒷자리가 따로 없습니다. 모두 옆자리죠.” 구 감독은 19일 통화에서 모든 악기와 단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단원들이 지휘자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연주하며 새롭게 음악을 경험하고, 뒷자리에 앉는 단원들은 앞으로 나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자리에 따라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민감하죠. 전임 광주시향에서도 반대가 심해 자리 바꾸기를 못했습니다. 경기필에 부임한 후 단원들에게 자리 바꿔 앉기를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고 제비뽑기부터 시작했죠.”

다만, 몇몇 단원이 “뒷자리가 걸리면 지인을 연주회에 초대하기가 좀 민망하다”고 해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부터 안내 책자에 이 같은 내용을 적어 넣기로 했다.

이번 정기연주회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 ‘4개의 마지막 노래’(협연 소프라노 전지영)를 레퍼토리에 올렸다. 연주회 전날인 27일엔 수원 경기필 연습실에서 구 감독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5월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 때 ‘18세 이상 입장가’란 조건을 달았던 그는 다음 달 여는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에는 ‘만 19세 이상 입장불가’라고 써 넣었다. 티켓도 2장 단위로만 판매한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모음곡 ‘로미오와 줄리엣’,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마리아’ ‘투나이트’,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들려준다. 031-230-3320, 3322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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