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孫丑(공손추)·상’ 제6장에서 맹자는 정치 참여와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지 말하였다. 곧 伯夷(백이)와 柳下惠(유하혜)의 두 사례를 들어, 狹隘(협애·좁고 갑갑함)함과 不恭(불공·공손치 못함)함은 모두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대 이전의 지식인들은 進退(진퇴·벼슬길에 나아가고 벼슬길에서 물러남)를 결정할 때 행동의 참조 준거를 맹자의 이 비판에서 찾기도 했다.
其君과 其友에서 其는 ‘온당한’이란 의미를 지닌다. 非其君不事와 非其友不友는 짧지만 실제로는 가정(조건)과 결과의 구절로 이루어진 긴축 복합문이다. 즉 非其君不事는 어떤 군주가 있어 그 군주가 섬기기에 온당한 군주가 아니라면 그 군주를 섬기지 않았다는 말이다. 非其友不友는 어떤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벗하기에 온당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을 벗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其友의 友는 명사이지만 不友의 友는 동사이다. 한문은 같은 글자가 한 구절 안에서도 품사가 전성되는 일이 많다. 朝는 朝廷(조정)으로, 정치를 행하는 장소를 말한다. 不與惡人言은 악인과 더불어 말하지 않는다는 말로, 與는 ‘∼와 더불다’의 뜻을 나타낸다.
백이는 아우 叔齊(숙제)와 함께 武王의 은나라 정벌을 말리다가 마침내 首陽山(수양산)에서 굶어죽은 인물이다. 맹자는 ‘공손추·상’의 제2장인 ‘浩然之氣(호연지기)’장에서도 백이의 행동양식에 대해 ‘非其君不事(비기군불사)하며 非其民不使(비기민불사)하여 治則進(치즉진)하고 亂則退(난즉퇴)는 伯夷也(백이야)라’고 했다. ‘섬길 만한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고 부릴 만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아서, 세상이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물러난 사람은 백이다’라는 뜻이었다. 맹자는 進退에서 淸(청·맑음)의 원리를 고수한 백이의 행동양식을 온전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여기서도 맹자는 백이의 태도가 狹隘했다고 비판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