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의 柳下惠(유하혜)는 더러운 군주를 섬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작은 벼슬에 취직함을 비굴하게 여기지 않았다. 또 어떤 사람이 곁에서 웃옷 한쪽을 벗거나 몸을 다 드러내더라도 掛念(괘념)하지 않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례한 사람이 있더라도 태연하게 그와 함께 있으면서 일을 해나갔으니, 떠나가려고 하다가도 그 사람이 잡아당겨 머물게 하면 멈추었다.
由由然은 悠悠然(유유연)과 같다. 自得(자득)하여 泰然(태연)해하고 滿足(만족)해하는 모습이다. 由자의 본뜻과 관계없이 두 글자가 겹친 데다 다시 然자가 붙어 의태어가 되었다. 與之偕는 무례한 사람이 있더라도 그와 함께한다는 말이다. 趙岐(조기)는 일을 같이 한다는 뜻으로 풀이했으나, 주희(주자)는 朝廷(조정)에 함께 선다는 뜻으로 보았다. 不自失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 즉 자기 자신의 올바름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援而止之而止는 떠나려 하다가도 그 무례한 사람이 挽留(만류)하면 떠나는 것을 그만두었다는 말이다. 不屑은 달가워하지 않다, 기꺼워하지 않다는 말이다. 유하혜에 대해 ‘援而止之而止者는 是亦不屑去已니라’라고 한 것은 백이에 대해 ‘不受也者는 是亦不屑就已니라’고 부연했던 말과 짝을 이룬다. 백이는 제후가 훌륭한 언사로 초청하더라도 받아주지 않았는데, ‘받아주지 않은 것은 이 또한 나아감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따름이다’라고 했다.
不屑就(불설취·나아감을 달갑게 여기지 않음)나 不屑去(불설거·떠나감을 달갑게 여기지 않음)는 去就(거취)에서 자기의 심리 상태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자의 時中(시중·시기에 맞춤)과는 다르다. 그렇더라도 백이나 유하혜는 정의의 관념과 학덕의 蘊蓄(온축)이 있었기에 去就를 그르치지 않았다. 지혜가 모자라고 나약한 보통 사람이라면 그들에게서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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