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남자를 쥐락펴락하는 악녀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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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 나나/서하진 지음/356쪽·1만2000원·현대문학

세상을 살면서 남자는 한 번쯤 만났으면 하고 여자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여주인공 ‘나나’는 빼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나쁜 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대문학 제공
세상을 살면서 남자는 한 번쯤 만났으면 하고 여자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여주인공 ‘나나’는 빼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나쁜 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대문학 제공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듯이 남자도 ‘나쁜 여자’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다. 한번 보면 시선을 떼기 힘든 절세의 외모에 세련된 매너, 그리고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연애 스킬’까지. 소설 속 여주인공 ‘나나’는 그렇게 태생적으로 ‘나쁜 여자’다.

‘어쩌면 모든 여성은 나나처럼 되기를 꿈꾼다. 면전에서 차갑게 거절하고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를 거침없이 내보이지만 그 상대가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오늘 그가 가슴 아파하면서도 내일 다시 엮이고 싶어 하길 꿈꾸고 바란다.’ 여자들은 나나와 같은 여성을 질시하지만 그녀처럼 남녀 관계에서 ‘절대 권력’을 소유하기를 바란다는 게 작가의 말. 그러기에 나나는 남녀 모두에게 치명적이도록 매력적이다.

1994년 등단해 소설집 ‘착한 가족’ ‘요트’ 등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 맺기를 내밀하게 그려왔던 작가는 보다 ‘독하게’ 돌아왔다. 경장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5년)를 내기는 했지만 300쪽이 넘는 장편은 이번이 처음.

간단히 풀자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 모든 남성을 자기 발 아래에 두는 나나의 ‘남성 편력기’다. 나나는 어릴 적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와 새아빠가 데려온 오빠 ‘인영’을 만나게 된다. 우유 빛깔 피부에 예쁜 얼굴,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나나를 보며 아빠와 인영은 위기감을 느낀다. 한 가족이지만 나나의 성적 매력을 거부할 수 없는 것. 아빠는 집을 나가고 인영은 미국 유학을 가는 등 나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결국 인영은 동생인 나나와 관계를 맺게 된다.

성인이 된 나나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다. 큐레이터인 그는 비엔날레 총감독 자리를 노리고 선임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과 교수에게 접근해 그들의 마음을 뺏은 것. 하지만 학력 서류가 위조된 것이 뒤늦게 들통이 나고 나나는 위험에 빠진다.

그렇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신정아 사건’이 떠오른다. “나나란 캐릭터를 만들면서 ‘신정아 사건’과 연결시켰다. 그 사건은 한국이란 사회의 여러 가지 이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굉장히 소설적인 사건”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소설가 서하진
소설가 서하진
하지만 소설은 오빠 인영, 그리고 인영의 씩씩하고 현명한 새 애인 ‘애란’ 등을 등장시켜 다각적으로 갈등관계를 확장시킨다. 결말도 실제 관련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작품은 복잡하지 않다. 복선이 많이 깔려있지도 않다. 오히려 단순한 구조 속에서 치밀한 상황 묘사나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을 탁월하게 짚어내며 흡입력을 높인다. 다만 여러 번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우연한 만남 등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는 아쉬운 대목. 게다가 모친 살해 시도를 할 만큼 ‘악녀’였던 나나가 오빠 인영을 구하고 대신 위험에 빠진다는 갑작스러운 반전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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