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검사 활동했던 이어령 前장관 딸 민아씨 ‘땅 끝의…’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절망의 수렁서 사랑을 깨달아 청소년들에 희망 전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땅 끝에 서 있을 수많은 청소년에게 진짜 사랑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사와 로스앤젤레스 지역 부장검사를 지내며 청소년 범죄 예방에 앞장서온 이민아 씨(52·사진)가 최근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한 책 ‘땅 끝의 아이들’을 출간했다. 그는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문화부 장관)의 딸로 이성주의자이자 무신론자였던 아버지를 개신교 신앙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검사로 일하면서 만났던 폭력과 마약, 범죄에 빠진 아이들은 땅 끝에 서 있었습니다. 참된 사랑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들처럼 땅 끝의 아이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전화로 근황을 물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짧은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땅 끝…’은 그의 자전적 수기집이다. 유년시절 아버지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기억은 커서까지 마음의 큰 상처였다. 그런 그에게 첫 번째 남편인 김한길 씨(전 국회의원·소설가)와의 이혼은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다.

이 책에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가정사에 대한 언급도 있다.

“그토록 일찍 결혼했던 것도 절대적인 사랑을 줄 것 같던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었는데 그 상처가 다시 찢어진 거죠. 나는 절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갑상샘암 투병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다니던 첫째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둘째의 자폐 진단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씨는 망막이 손상돼 실명할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는다. 그래서 그는 “내가 땅 끝에 서 있었던 아이”라고 고백했다.

“아무도 다다를 수 없는 그곳에 있는 사람. 거기가 땅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어요. 그곳에는 소망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절망의 늪에 빠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종교적인 믿음이었다고 밝혔다. 마치 불 속에 다 타버린 재처럼 인간적인 욕심과 모든 틀이 다 불타버려 잿더미가 됐을 때 온전한 신앙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가 온전히 하나님을 만난 것은 결코 모든 일이 잘되고 편안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죽을 것처럼 힘들고, 온몸이 타들어 불속에 있는 듯, 물이 머리 위로 넘쳐나 빠져 죽을 것 같을 때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짓말처럼 안 보이던 그의 눈이 실명 7개월 만에 나았고, 갑상샘암과 둘째 아이의 자폐도 완쾌됐다. 그는 2009년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미국과 호주, 푸에르토리코, 중국 등을 돌며 현재 청소년 사역을 하고 있다.

그는 첫째 아들을 잃은 대신 땅 끝에 서 있는 수많은 아이를 얻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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