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35년 ‘산울림’의 무게, 실감나지 않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후배들이 헌정앨범 제작… 데뷔 35돌 맞는 김창완

《지금은 이미 사라진 밴드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노래가 있다는 걸 희망으로 여깁니다. 게다가 다시 부르는 후배들까지 있으니 고맙죠.” 음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순위 1등을 차지해도 일주일을 가기 힘든 시대다.그러나 산울림의 음악은 3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고 후배들에게 다시 불리고 있다.산울림 데뷔 35주년을 맞아 크라잉넛을 중심으로 한 후배 가수들이 헌정앨범 ‘리본(Reborn)’ 제작에 나선 것.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창완(57)은 “35년의 무게가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35년의 무게나 오늘 하루의 무게나 비슷해요. 다만 산울림의 노래가 후배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다시 태어나면서 가요계의 유산이 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음악은 거듭 태어날수록 오래 지속되고 완성되는 겁니다.”》

김창완은 음악을 통해 마음을 다독인다고 했다. “음악이 얼마나 멋있는 건가 하면요, 마음이 불편할 때나 우울할 때 늘 위로를 
해주는 힘이 있어요. 세상의 비트에 날 그냥 맡기면 상상도 못한 하모니가 나와요.”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창완은 음악을 통해 마음을 다독인다고 했다. “음악이 얼마나 멋있는 건가 하면요, 마음이 불편할 때나 우울할 때 늘 위로를 해주는 힘이 있어요. 세상의 비트에 날 그냥 맡기면 상상도 못한 하모니가 나와요.”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데뷔(1977년) 직후 김창훈 김창익 김창완(왼쪽부터)의 산울림. 막내 김창익은 2008년 캐나다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동아일보DB
데뷔(1977년) 직후 김창훈 김창익 김창완(왼쪽부터)의 산울림. 막내 김창익은 2008년 캐나다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동아일보DB
산울림이 ‘헌정’ 음반으로 부활하고 있는 가운데 ‘김창완밴드’로 활동하는 그도 16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 2008년 11월 5인조 밴드를 꾸린 뒤 세 번째 내는 음반이다. 마침 인터뷰 도중 완성된 새 앨범을 전달받은 그는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앨범 재킷을 들여다보며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앨범엔 ‘단 잇(Darn It)’과 ‘잠꼬대 소리’ ‘내 마음의 강’ ‘녹슨 자전거’ ‘사랑도 용서가 되나요?’ ‘아리랑’ 등 6곡이 담겼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엘 다녀도/아무것도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네. ….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아∼’와 같은 가사의 ‘단 잇’은 얼핏 보면 척박한 사회를 비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김창완의 의도는 그게 아니다.

그는 현실에서 도피하려 하는 ‘키덜트(Kidult)’들을 꼬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나 환경 등 복잡한 세상사에 신경 쓰기보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것만 추구하는 ‘철없는’ 어른들의 방관이나 쉽게 포기하는 무기력증에서 빨리 벗어나라는 얘기를 담은 거죠.”

이번 앨범에선 산울림 때의 음악적 성향이 언뜻언뜻 스친다. ‘단 잇’에선 산울림 시절 불렀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굿모닝’의 계보가 읽히고 ‘추억은 꺼내는 게 아니야’란 가사가 여운을 주는 ‘녹슨 자전거’에선 산울림의 서정성이 느껴진다.

“후배들이 제 노래를 복원했듯 저도 이번엔 ‘아리랑’에 도전했어요.” 김창완은 사람들이 꼭 들어봤으면 하는 곡으로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아리랑’을 꼽았다. 아리랑의 기본 멜로디에 기타와 드럼 등 밴드 악기로 웅장한 멋을 낸 이 연주곡은 그가 1년여 전부터 목표로 삼은 곡이다. “늘 고대의 아리랑은 어떤 분위기였을까 하는 상상을 했어요. 그러다 미국에서 사온 12현 기타를 튜닝해 연주하는 순간 ‘아, 이거다’ 싶더라고요.”

앨범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그는 “이거 꼭 미로 같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재킷 표지에는 QR코드(스마트폰용 격자무늬 바코드)가 박혀 있고 맨 뒤엔 그가 직접 그려 색을 입힌 QR코드 그림이 있었다. 그는 평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펜으로 종이에 그림을 자주 그린다.

“미로는 출구를 찾기 어려운 법인데 미로 모양의 키가 정보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키라니 아이로니컬하지요. 음악이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을 다스려주는 소통의 문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해석이 너무 거창한가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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