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독립기념관, 외국인 활약상 조명 국제학술회의

1920년대 만주지역 독립군의 훈련 장면. 한국의 독립운동은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외국인들이 함께했다. 우리 민족의 독립을 넘어 정의와 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아일보DB
1920년대 만주지역 독립군의 훈련 장면. 한국의 독립운동은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외국인들이 함께했다. 우리 민족의 독립을 넘어 정의와 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아일보DB
“한국 독립운동사는 인류 양심의 보편적 측면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독립운동과 외국인’이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의 활약상과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다. 그간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서 외국인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학술대회에서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도형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독립운동사가 우리 민족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정의와 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했음을 규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다.

○ “조선 독립을 통한 인간 평등”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해 독립운동을 지원한 외국인들은 프랑스의 루이 마랭, 펠리시앵 로베르 샬레, 일본의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등이 있다. 마랭과 샬레는 진보적 사회주의자로 ‘한국친우회’를 창립했다. 그들은 프랑스 인권옹호회에서 한국문제 연설회를 개최해 한국인에 대한 일제의 인권 유린을 비난하고 한국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하는 등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후세는 일본 내에서 ‘사회주의 변호사’로 불렸다. 그는 1919년 도쿄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 1927년 한국 공산당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고,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에 대한 항의 활동도 펼쳤다. 미즈노 나오키(水野直樹) 일본 교토대 교수는 “후세 다쓰지는 무산계급 해방의 일환으로 한국의 독립을 지원했다”고 분석했다.

○ “제국주의 방어 수단으로서의 독립”

러시아와 중국은 주로 자국의 방어수단으로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러시아 공산당과 코민테른, 중국의 쑨원(孫文), 장제스(蔣介石) 등이다.

극동지역에서 일본군과 싸우던 한인 독립군 부대에 소비에트러시아 정부, 러시아 공산당 및 코민테른은 좌우를 막론하고 대규모의 원조를 제공했다. 전현수 경북대 교수는 “러시아는 식민지 국가, 반식민지 국가 할 것 없이 민족해방운동을 펼치는 세력을 자신의 동맹으로 간주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국 독립운동에 참여한 러시아인 가운데 걸출한 인물을 꼽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독립운동 지원이 결국 러시아의 국가적 이익에 종속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쑹청유(宋成有) 베이징대 교수도 “쑨원, 장제스 등이 모두 한국 임시정부와 독립군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원한 인물들이었지만 중국이 한국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데는 언제나 자국 방어라는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 “조선 독립을 통한 박애주의 실천”

한국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미국인들은 대부분 기독교계의 유력 인사였다. 톰킨스, 헐버트, 베델 등은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미국 사회에서 친한(親韓) 여론을 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홍선표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톰킨스를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인물로 꼽았다. 필라델피아 한 교회의 시무 목사였던 그는 1919년 서재필과 함께 1차 한인회의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톰킨스는 미국 내 한국친우회를 결성해 한국인에 대한 일제의 학정과 부당한 대우를 미국 사회에서 비판하는 역할을 했다. 헐버트는 고종의 밀서를 미국에 전달하는 등 국권회복운동에 전념했던 인물이고, 베델 역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조선의 독립을 지원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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