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齊(제)나라 宣王(선왕)의 賓師(빈사)로 있었다. 빈사란 제후에게 賓客(빈객)으로서 대우를 받던 학자를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元子(원자)와 世子(세자)를 위해 年齒(연치)와 德行(덕행)이 높아 重望(중망)을 받는 사람을 빈사로 삼았다. 빈사는 제후나 국왕이 결코 신하처럼 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나라 선왕은 사람을 시켜 감기를 핑계로 대면서 자기 쪽에서 갈 수 없으니 맹자더러 조정에 들라고 요구했다. 맹자는 병이 나서 조정에 나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다음 날 맹자는 제나라 대부인 東郭氏에게 弔問(조문)하러 갔다.
昔者는 ‘지난날’인데, 여기서는 어제를 가리킨다. 辭以病은 아프다는 이유를 대 辭讓(사양)했다는 말이다. 或者는 ‘어쩌면’의 뜻이다. 昔者疾은 ‘어제의 질병’이다. 疾과 病은 모두 ‘질병’이라는 뜻과 ‘병이 나다’라는 뜻을 지니지만, 구별해서 쓰면 疾은 명사, 病은 동사가 된다. 如之何는 ‘어째서’이다. 不弔는 굳어진 어휘가 아니므로 ‘불조’로 읽는다.
‘논어’에 보면 공자는 孺悲(유비)가 뵙기를 청하자 身病(신병)이 있어 만날 수 없다고 사절하고는, 말을 전하는 사람이 문을 나가자 비파를 타서 유비로 하여금 그 소리를 듣게 했다. 사절한 것이 병 때문이 아니라 딴 뜻이 있기 때문임을 드러낸 것이다. 유비는 魯(노)나라 哀公(애공)의 신하인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었다. 맹자가 동곽씨에게 조문하러 간 것도, 제나라 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것은 병 때문이 아님을 드러낸 것이다.
李珥(이이)가 질병을 이유로 大司諫(대사간)의 직을 辭免(사면)하려고 하자, 토정 李之함(이지함)이 찾아가 큰 소리로 말하기를 “孔子가 병을 핑계 대고 孺悲를 만나 보지 않은 일과 孟子가 병을 핑계 대고 齊王의 부름에 나아가지 않은 까닭에 후세의 선비들이 병이 없는데도 병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있구나!”라고 했다. 정국이 혼란하여 이이가 조정을 떠나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파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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