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70>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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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생선 식해에서 진화… 19세기부터 日서 대중화

초밥은 일본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그런데 그 기원이 다소 엉뚱하다. 우리나라의 식해와 같은 음식에서 비롯됐다. 마시는 식혜가 아니라 생선에 소금, 밥,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식해(食해)가 뿌리다.

물론 초밥의 원조가 우리의 가자미나 북어 식해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아니다. 생선에 밥을 넣어 삭힌 젓갈에서 발달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뜻이다. 깨끗하게 닦은 생선에 소금을 뿌린 후 밥을 넣고 돌로 눌러 놓으면 발효가 되면서 젖산이 나와 부패를 막기 때문에 장기 보관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삭은 밥알을 제거하고 생선만 먹는다. 이것이 초밥의 기원이다.

일본에서 생선초밥이 발달하는 것은 약 7세기 무렵부터다. 나레즈시(熱(지,기))가 그것으로, 처음에는 민물생선인 붕어를 밥과 함께 발효시켜서 먹었다. 식해와의 차이는 삭은 밥은 제거하고 생선만 먹는 것이다. 16세기 무렵부터는 발효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식초를 이용해 발효과정을 생략하면서 생선과 함께 밥도 먹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초밥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생선초밥이 대중적으로 널리 상업화된 것은 일본에서도 1824년 이후다. 하나야 요헤이(華屋與兵衛)라는 사람이 도쿄에서 음식점을 열고 생선을 얇게 썰어 신선한 상태로 식초를 친 밥에 얹어 팔기 시작한 것이 인기를 끌면서 초밥집이 유행한다.

19세기 초중반, 일본 사회가 급속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에도시대 말기부터 초밥은 다양한 종류로 진화한다. 주먹으로 밥을 살짝 쥐어 둥글게 뭉친 후 생선회를 얹어서 먹는 생선초밥 외에도 김으로 밥을 말아서 싸는 김초밥, 두부 튀긴 것으로 밥을 감싸는 유부초밥이 유행한다.

생선회 대신에 김으로 초밥을 말아 놓은 김초밥이 문헌에 등장하는 것도 이 무렵인 1829년이다. 김초밥도 여러 종류가 만들어지는데 그중 하나가 참치 같은 생선 살코기에다 고추냉이를 넣고 김으로 감싸서 매어놓은 김초밥인 데카마키(鐵火卷き)다. 샌드위치처럼 도박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일화가 있지만 일본어 어원사전에서는 참치의 붉은 살코기와 고추냉이의 코를 쏘는 매운 맛을 빨갛게 달군 쇠(鐵火)에 비유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풀이한다. 김밥에 성게알 등을 올려놓은 김초밥은 군간마키(軍艦卷き)다. 군함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1941년 긴자의 초밥 집에서 고안해 유행시켰다고 전해진다.

유부초밥은 튀긴 두부껍질 안에 초밥을 넣고 만드는 음식이다. 1840년대를 전후해 도쿄에서 튀긴 두부에 버섯과 초밥을 넣고 팔았다고 한다. 에도시대 말기의 풍속과 일화를 설명한 ‘수정만고(守貞만稿)’라는 책에 보이는데 고급 음식점이 아닌 서민들이 주로 찾는 거리음식으로 발달했다.

김초밥이 서양으로 변형된 것이 캘리포니아롤이라고 하는 누드 김밥이다.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일본 레스토랑에서 김 비린내를 싫어하는 미국인을 위해 개발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초밥을 파는 일식당 간판에 수사(壽司)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스시를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일본어 어원사전에 의하면 에도 말기에 만들어진 단어로 목숨(壽)을 주관한다(司)는 뜻에서 장수를 소원하는 뜻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본래 스시의 뜻은 신맛(酸し)이 나는 음식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초밥이라고 부르는 것은 식초로 간을 한 밥(醋飯)이라는 뜻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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