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표 4단은 이 판을 두기 전에 포석 구상을 해둔 듯하다. 국면을 잘게 쪼개 긴 바둑을 둬가겠다는 것. 흑 5에서 그 뜻이 잘 나타난다. 흑 돌이 있는 쪽이 아니라 먼 쪽에서 걸쳐갔다. 이후 실리를 차분하게 챙겨간다.
가장 실리를 밝힌 수는 흑 37. 우하귀에 걸쳐 온 백을 공격하면서 나온 수였다. 하지만 이 수는 참고 1도처럼 흑 1, 3으로 공격할 곳이었다. 그랬다면 흑이 공격하는 맛이 계속 살아 있어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허영호 9단은 흑에 실리를 내주는 대신에 우변에서 상변까지 큰 모양을 만들어간다. 홍 4단은 좌상귀 3·3에 들어가 먼저 실리를 챙긴 뒤 흑 53으로 특공대를 투입해 상변을 깨러 들어간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둔 흑 61, 그 수가 기회를 놓친 수였다. 참고 2도처럼 흑 1로 막아야 했다. 그랬다면 흑은 7부터 11까지 상변의 백 세력을 완전히 지워 유리한 국면이었다. 이 수로 인해 흑 대마가 급하게 몰리면서 바둑이 어려워졌다.
이후 백의 완착으로 승부가 뒤집어지는 듯했으나 우변에서 손 따라 둔 흑 123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이 수로 흑은 끝내기에서 큰 손해를 보고 선수마저 빼앗겼다. 결국 백 136을 둔 후 백의 승리가 확정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