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토너스 트리오’ 27일 서울 호암아트홀서 창단 10돌 기념연주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우린 해박-애교-엉뚱함 넘치는 개성3인방”

셋이 모이면 육아부터 음악까지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왼쪽부터 양고운 이강호 박종화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셋이 모이면 육아부터 음악까지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왼쪽부터 양고운 이강호 박종화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996년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 당시 석사 과정이던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씨(39·경희대 교수)는 동료들과 현악 4중주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첼리스트 이강호 씨(4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같은 학교 박사 과정에 들어와 곧바로 영입했다.

둘은 여러 무대에 함께 서면서 ‘언젠가는 피아노 트리오를 꼭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세 악기가 응집해 만들어내는 정갈한 소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피아니스트를 찾아 나섰다. 지인들이 입을 모아 박종화 씨(37·서울대 교수)를 추천했다. 그도 뉴잉글랜드음악원 출신이다.

이렇게 2001년 ‘토너스 트리오’가 결성됐다. 올해가 창단 10주년으로 27일 기념 연주회를 연다. 트리오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친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한때 세계 각지에 흩어져 활동하다 지난해 가을 이 교수가 셋 중 마지막으로 국내에 둥지를 튼 덕분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이 교수의 연구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세 남매처럼 아옹다옹 하면서 웃음꽃이 만개했다.

“첫 공연 바로 전날 일산 음악감상실 돌체에서 우리 레퍼토리인 투리나의 트리오 2번 음원을 찾았는데 진짜 기뻤어. 생각나요?”(박)

“10년 전이라 가물가물하네. 나는 호암아트홀 연주회 때 종화가 스위트 스폿(소리가 가장 잘 나는 자리) 잡아준 게 지금도 생생해. 그때 라벨 트리오가 어찌나 어려웠던지….”(양)

“악기 다루는 면에서 둘 다 무척 편한 파트너지. 기술적인 한계 없이 ‘이 음악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니 좋다.”(이)

‘박학다식’ 이 교수는 레퍼토리 및 정보 제공 담당이고 ‘애교만점’ 양 교수는 연락책이다. ‘예측불허’ 박 교수는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고. 지금은 눈빛만 봐도 딱딱 맞추지만 처음에는 삐걱삐걱했다. 저마다 솔리스트로서의 개성이 워낙 두드러졌기에 그랬다. 양 교수는 “어찌나 음악이 들쭉날쭉한지 트리오가 잘될까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격하게 싸우진 않았다”고 웃었다.

실내악은 아직 국내 무대에서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피아노 트리오는 한때 활발했던 정트리오 외에 금세 떠오르지 않는다. 이들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제 남편도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지 선장의 아리아’로 알 정도로 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편이에요. 소리가 빵빵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재밌어하고 악기 수가 적은 공연이나 독주회는 재미없어하죠. 프로그램을 짤 때 남편을 기준으로 너무 지루하진 않을까, 곡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할까 궁리해요. 연주자만 고고하게 연주할 순 없으니까요.”(양)

“실내악은 18∼19세기 보편적인 엔터테인먼트였어요.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박)

이번 공연은 ‘변주곡’이라는 주제로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3번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삼중주 a단조를 골랐다. 김성기 한예종 교수에게 위촉한 작품 ‘피아노 삼중주 변화’도 준비 중. 27일 오후 8시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 1만∼3만 원. 02-737-0708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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