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고향가서 서울말? 궁디를 주 차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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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개콘 ‘서울메이트 4인방’ 한가위 수다 작렬

“와 이리 어렵노.“ 오랜만에 한복을 입어보는 ‘서울메이트’들은 옷고름 매는 법을 몰라 한동안 허둥댔다. 결국 기자가 일일이 옷고름을 매준 후에야 촬영이 시작됐다. KBS2 개그콘서트 ‘서울메이트’는 갓 상경한 경상도 사나이들의 서울생활 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려 인기를 끌고 있다. 거울 속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상국 류정남 허경환.거울을 들고 있는 이는 서울메이트에서 ‘서울 여자’로 나오는 박소라다. 한복협찬 김혜순한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와 이리 어렵노.“ 오랜만에 한복을 입어보는 ‘서울메이트’들은 옷고름 매는 법을 몰라 한동안 허둥댔다. 결국 기자가 일일이 옷고름을 매준 후에야 촬영이 시작됐다. KBS2 개그콘서트 ‘서울메이트’는 갓 상경한 경상도 사나이들의 서울생활 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려 인기를 끌고 있다. 거울 속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상국 류정남 허경환.거울을 들고 있는 이는 서울메이트에서 ‘서울 여자’로 나오는 박소라다. 한복협찬 김혜순한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내 얼굴 안빈다!(안 보인다) 손가락 짤라뿔까(잘라 버릴까)”

“빠당빠당하네∼(비슷비슷하네)”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경상도 남자 3명이 말하기 시작하자 서울 출신 기자에게 난감한 상황이 펼쳐졌다. KBS 개그콘서트 ‘서울메이트’ 팀의 허경환(30·경남 통영시 출신) 양상국(28·경남 김해시 진영읍 출신) 류정남(31·부산 출신)의 경상도 사투리를 알아듣기 힘들어 인터뷰 중간 중간 해석을 부탁해야 했던 것. 충청도 출신으로 팀 막내인 박소라가 스스로 경상도말-서울말을 비교 정리한 ‘단어장’을 빌려줬다. ‘은지예=됐어요’ ‘햄=형님’ 등의 단어풀이가 5페이지 분량으로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서울메이트’는 경상도 출신 친구들이 서울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개그 코너다.

극중 ‘서울사람이 다 된’ 친구로 출연하는 허경환은 “서울말은 말끝만 올리면 되는 거 모르∼니”하며 “완벽한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서 2년간 엄마와 문자만 했다”고 뻐긴다. 서울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양상국은 “와 니 서울사람 다 됐네”라며 순도 100% 사투리를 구사하는 김정남에게 ‘내가 하는 걸 단디 보라’며 “제가 물을 데피(데워) 줄게요”는 등 어설픈 서울말을 가르친다.

실제로는 충청도 출신인 박소라(21)는 이들의 사투리를 잘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서울여자’로 나온다. 경상도 말을 모르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인지 ‘사전 검열’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김영희 등 경상도 출신 개그맨들의 합류 요청이 잇따랐지만 ‘서울말 쓰는 번듯한 외모의 여자’가 섭외 조건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각자 5∼7년 전 고향에서 상경했다. 지방 출신 대부분이 그렇듯 ‘엎어지면 코 베 간다’는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다.

“개그맨 시험을 보기 위해 동생과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의 일이에요. 지리를 모르니 숙소가 있던 영등포에서 KBS까지 면접 시간 1시간 30분 전 택시를 타고 출발했어요. 실제 방송국에 도착하니 4분 걸렸더라고요.”(양상국)

“서울 구로에서 동대문까지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3만8000원 나왔어요. 길이 막힌 것도 아닌데 알고 보니 요금을 많이 받으려고 일부러 돌아서 간 거였죠. 모든 택시운전사가 속이는 건 아니지만 피해의식 때문인지 그 뒤로 택시에서 사투리 들킬까봐 행선지만 짧게 말하는 버릇이 들었어요.”(류정남)

“통영은 꽤 오랫동안 버스 안내양이 있었거든요. 친구가 서울에 가서 승객 가운데 제복을 입은 여성이 버스 안내양인줄 알고 버스비를 줬다가 큰 창피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심해야겠다’ 다짐했었죠.”(허경환)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완전히 똑같은 물건을 놓고 ‘서울산’과 ‘시골산’으로 나누면서 서울산의 우월성을 억지스레 강조해 웃음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지방을 비하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이들은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고향 얘기가 나오자 서로 자신의 고향을 앞세우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지방이라도 부산엔 없는 게 없어서 서울 못지않아.”(류정남) “아무리 그래도 통영 풍광에는 못 당해.”(허경환) “왜 이래. 진영에서는 대통령 1명과 영부인 2명이 나왔어.”(양상국)

이들은 매주 개그콘서트 연습과 녹화가 계속되기 때문에 고향에 자주 가기는 힘들다. 추석 연휴 중에도 지방 공연이 잡혀 있어 고향에서는 1박2일 정도만 머물 계획이다. 모두 미혼인 이들은 명절을 앞두니 부모님의 잔소리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술 먹지 말고, 담배 피우지 말고…”, “돈 빌려주지 말고, 보증 서지 말고…”, “앞가림 좀 제발 잘해라” 등 매일 같은 소리지만 안 들으면 서운한 잔소리다.

독자들에게 추석을 맞아 덕담을 한마디씩 남겨달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서울메이트’ 개그를 선보였다.

“추석 연휴 때 서울메이트 봐야 하는 거, (손을 위로 쭉 올리며) 모르∼니?”(허경환)

“개콘 보고 안 웃으면 궁디를 주 차삐까(엉덩이를 차버릴까)”(양상국)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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