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孫丑(공손추)·하’ 제5장은 공직자나 정치가의 進退(진퇴)와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관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면 관직을 내놓고 떠나라는 유명한 지침이 여기에 나온다.
齊나라 대부 지<(지와)는 靈丘(영구) 고을의 수령직인 邑宰(읍재)를 그만두고 行刑(행형)을 맡아보는 士師(사사)라는 벼슬을 청하여, 그 벼슬에 취임해서 서너 달이 지났다. <(와)의 글자는 圭(규) 아래에 (맹,면,민)(민)을 쓰는 형태와 같다. 어느 날 맹자는 지와를 만나, 지와가 士師에 취임한 것은 왕을 모시며 行刑과 관련해 諫言(간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도리에 맞는 일이지만, 지금 서너 달이 지나도록 간언을 하지 않으니 어쩐 일이냐고 지적했다.
謂∼曰∼은 ‘∼에게 ∼를 말한다’는 뜻이다. 謂의 다음에 청자를 놓고, 曰 이하에 발화내용을 놓는다. ‘子之辭靈丘而請士師가 似也라’에서는 ‘子之∼請士師’가 주어, ‘似也’가 술어이다. 그런데 주어 안에 다시 주어 子와 술어 辭靈丘而請士師가 있어, 그 둘을 之로 연결했다. 而는 시간상 선후 관계이면서 어법상 병렬관계에 있는 두 구절을 연결해 주었다. 似는 道理에 近似(근사)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子之辭靈丘而請士師가 似也’는 다시 ‘爲其可以言也’의 주어에 해당한다. 爲∼는 ‘∼때문에’이다. 其可以言이란 사사의 직책은 왕을 가까이에 모시면서 왕에게 간언할 수 있다는 뜻이다. 旣數月矣는 ‘이미 서너 달이 지났다’로, 數月은 동사로 전성되었다. 未可以言與는 왕에게 간언할 수 없단 말인가 묻는 말로, 與는 의문종결사이다.
당나라 韓愈(한유)의 ‘爭臣論(쟁신론)’은 맹자가 지와를 비판한 이 내용을 이용해서 구성한 글이다. 한유는 당나라 德宗(덕종) 때 諫議大夫(간의대부)로 있던 陽城(양성)이 時事(시사)에 대해 제대로 直諫(직간)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諫官(간관)의 도리에 대해 논파했다. 맹자는 이보다 더 나아가, 공직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직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守職(수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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