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태지 학교를 졸업한 셈이죠.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밴드 음악의 절정에 올랐다고 생각해요.”
‘서태지 사단’ 밴드로 불리며 빼어난 연주 실력을 인정받아온 5인조 록밴드 ‘피아’는 최근 서태지컴퍼니를 떠나 발표한 정규 5집 ‘펜타그램(Pentagram)’을 ‘졸업 작품’이라고 부르며 자신만만해했다. “그동안 (서태지에게) 배운 걸 떠올리면서 작업하는 동시에 우리 역량을 고스란히 쏟아 부었다”는 설명이다.
피아는 부산에서 친구들끼리 뭉쳐 2001년 1집을 낸 뒤 상경해 서태지컴퍼니에서 4집까지 발표했다. 서태지는 피아의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했고 2008년에 나온 피아의 미니앨범엔 직접 사운드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이제껏 무겁고 센 음악만 했죠. 이번엔 밝은 분위기의 곡도 몇 개 넣었어요. 기타나 드럼도 새로운 연주법을 도입했고요.”
앨범 발매 전에 미리 공개한 ‘소년’과 ‘B.E.C.K’는 타이틀곡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멤버들이 아끼는 곡이다. 보컬 요한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힘이 있고, 반주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차오른다. 베이시스트 기범은 ‘B.E.C.K’를 가수 이승환의 곡을 편곡하다 건졌다고 귀띔했다. “이승환 형님이 자기 앨범에 넣을 곡을 편곡해 달래서 만들었는데 (자기) 앨범에 정작 다른 곡을 넣은 거예요. 그래서 더 발전시켜 우리 노래로 만들었죠.”
앨범에 실린 10곡은 듣는 이의 귀를 쥐락펴락한다는 평이다.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예스 유 아’, 서태지의 8집 ‘모아이’ 작업에 참여했던 실력파 드러머 혜승도 애먹었다는 ‘THINK’를 들으면 절로 몸이 들썩인다. 발라드 록인 ‘도어스’는 한결 잠잠하지만, 패션쇼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챕터 7’은 기괴하면서 추상적인 기계음들로 꽉 차 있다. 노랫말도 예사롭지 않다. 보컬 요한이 틈날 때마다 영화를 보고 마음에 와 닿는 대사를 수십 번 반복해 외워두었다 가사를 썼다고 했다.
피아는 다음 달 28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서태지 학교 졸업 작품전’을 연다. 멤버들은 첫 앨범 발표 후 멤버 2명만을 보강한 채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온 데 대해서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10년 동안 멤버 교체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좋은 음악을 꾸준히 해왔다는 증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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