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피아노 마주볼땐 왼쪽이 1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듀오 무대배치 ‘권력’ 나타내
나란히 앉으면 동반자 관계

듀오로 연주하는 조성진(왼쪽), 손열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위), 리가 피아노 듀오. 동아일보DB
듀오로 연주하는 조성진(왼쪽), 손열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위), 리가 피아노 듀오. 동아일보DB
올가을 부자(父子), 자매, 동료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듀오 연주회가 잇따른다. 렘넌트 자매(14일 금호아트홀), 아슈케나지 부자(10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이리나 실리바노바와 막심 푸리진스키(10월 28일 용인시 여성회관) 공연이 열린다. 피아노 듀오는 다양한 어울림과 풍성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어 독주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피아노 듀오 무대에 숨은 소소한 법칙을 알면 더욱 흥미롭게 연주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두 대의 피아노를 무대에 어떻게 배치하는지 눈여겨보자. 여기엔 권력 관계가 숨어 있다. 한 연주자가 1주자, 다른 주자가 2주자로 위계가 확실할 때 마주 앉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객석에서 볼 때 왼쪽이 1주자, 오른쪽이 2주자다. 아버지와 아들이 연주하는 아슈케나지 듀오도 마주 보고 앉는다. 하지만 이런 배치에선 서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섬세한 곡은 잘 나오는 편이지만 ‘센 곡’은 각자 힘을 과시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와 달리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는 경우는 ‘동반자적 관계’다. 2008년 한국을 찾은 프랑스의 라베크 자매가 대표적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상대 연주자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다. 1, 2주자의 자리를 바꿔 앉기도 마주 보는 것보다 간편하다. 듀오들은 대부분 나란히 앉기보다는 마주보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한 줄로 앉으면 한 대의 피아노를 네 손으로 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피아노를 고를 때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되도록 1주자가 선택한 브랜드를 2주자가 따라야 한다. 한편 피아노 하나를 두 사람이 치는 연탄은 1, 2주자가 불명확할 때가 많기 때문에 대개 연주자 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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