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 餘裕綽綽(여유작작)은 말이나 행동이 넉넉하고 침착함을 뜻하는데, 그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맹자는 齊나라 대부 지<(지와)가 靈丘(영구)의 邑宰(읍재)를 그만두고 士師(사사)가 된 지 서너 달이 지났지만 좀처럼 왕에게 直諫(직간)하지 않자 ‘아직도 간언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후 지와는 왕에게 간언을 했으나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내놓고 떠났다. 그러자 제나라 사람이, 맹자야말로 제나라 왕이 進言(진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왜 제나라를 떠나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맹자의 제자 公都子가 제나라 사람의 말을 맹자에게 알리자 맹자는 賓師(빈사)로서 제나라에서 봉급을 받지 않았으므로 진퇴에 餘裕가 있다고 답변했다.
吾聞之也의 之는 뒤에 나오는 有官守者∼不得其言則去를 가리킨다. 有官守者는 관직에 취임해서 그것을 본직으로 삼는 사람이다. 不得其職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有言責者는 諫言(간언)하는 책임을 지닌 사람이다. 不得其言은 간언한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我無官守와 我無言責也는 모두 我를 사용해서 어세를 강화했다. 我와 吾를 함께 쓸 때 我는 문장의 주어, 吾는 수식어인 경우가 많다. 豈不∼哉는 ‘어찌 ∼하지 않는가’로 반어 표현이다. 綽綽然은 느긋한 모습이다. 한문에서는 疊語(첩어, 중복어)와 然을 결합해서 의태어를 만든다.
정조대왕은 奇大升(기대승)을 위한 제문에서 ‘際遇明明(제우명명) 行止綽綽(행지작작)’이라 했다. 際遇는 明亮際遇(명량제우)의 준말로, 현명한 군주와 어진 신하가 만난 태평세월을 뜻한다. 行止는 進退와 같다. 곧 정조는 기대승이 ‘태평세월의 밝고 밝은 날에 출처진퇴가 여유작작했다’고 예찬한 것이다. 際遇明明은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이요, 行止綽綽은 지식인의 이상적인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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