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반한 옛 보자기, 추상화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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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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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박물관, 한국-일본서 특별전

다양하고 섬세한 무늬가 돋보이는 자수보자기(19세기·왼쪽)와 색감의 조화 및 공간 구성이 매력적인 조각보(19세기). 한국자수박물관 제공
다양하고 섬세한 무늬가 돋보이는 자수보자기(19세기·왼쪽)와 색감의 조화 및 공간 구성이 매력적인 조각보(19세기). 한국자수박물관 제공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 미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문화재로는 무엇이 있을까. 청자. 백자, 분청사기, 한옥 등등이 있겠지만 외국인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것이 조선시대 전통 보자기다. 화사하면서도 담백한 색상의 조화, 절묘한 공간 구성, 섬세한 자수 기법, 여기에 옛 여인들의 마음씨까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자기와 자수에 있어 국내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한국자수박물관(관장 허동화)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보자기 특별전을 열고 있다. 한국 문화재 전문박물관인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에서 11월 6일까지 열리는 ‘자수 보자기와 조각보’. 서울 신세계백화점 신세계갤러리에서 10월 17일까지 열리는 ‘보자기-어울림의 예술’전(10월 19일부터 12월 12일까지는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갤러리에서 개최)이다.

1970년대 말 이후 60여 차례의 해외 전시에서 각광을 받았던 보자기 명품을 골라 소개하는 자리다. 일본 고려미술관 전시에는 고려미술관이 소장한 보자기도 선보인다. 전시품은 모두 19세기 보자기들이다.

전시품은 크게 조각보와 자수 보자기로 나뉜다. 조각보 매력의 핵심은 색감과 공간구성. 폐물 활용에서 시작됐지만 조각 천들의 면과 색의 구성이 매우 뛰어나다. 때로는 중앙의 네모꼴을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퍼져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삼각형 사각형이 만나 질서와 변화를 만들어가며 독특한 공간미를 연출한다. 현대 추상화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된 구성미다. 조각 천들의 색의 대비와 조화도 일품이다.

자수로 무늬를 넣은 자수 보자기의 매력은 이와 또 다르다. 새 꽃 나비 등의 다양한 무늬가 등장하는데 이 무늬들엔 장수 건강 다산 등에 대한 인간적인 기원이 담겨 있다. 자수 한 땀 한 땀에서 옛 여인들의 정성도 함께 만날 수 있다.

허 관장은 해외에서 우리 보자기의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해외에서 보자기 전시를 하면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보자기’로 부른다. 이번 고려미술관 전시에도 보자기라는 뜻의 일본어 ‘후루시키’가 아니라 우리 고유명사인 보자기로 표기한다. 보자기라는 우리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 고려미술관 전시가 알려지면서 한국의 보자기와 자수 문화를 답사하려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고려미술관은 원래 답사를 한 차례만 예정했지만 신청자가 늘어 세 차례로 확대했다. 매회 30명씩 모두 90명이 참가한다. 1차 답사는 10월 12∼15일 서울에서 진행한다. 이들은 한국을 찾아 한국자수박물관을 비롯해 숙명여대박물관, 보나장신구박물관, 초전섬유퀼트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등 자수 매듭 섬유 관련 박물관을 집중 답사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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