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추석 즈음이면 내 입가엔 문득 노래 한 곡이 맴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군대에서 처음 맞은 추석날 누군가 불렀던 이 노래의 첫 느낌, 그 가슴 저림은 코스모스와 고향이 이전부터 내 마음속에서 밀접히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어느 가을날 아침, 안개 낀 어슴푸레한 고향 길가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을 보았던 이라면 누구나 이 꽃이 가을과 고향을 상징하는 데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리라.
○ 여름철에도 꽃피워
그렇지만 코스모스는 사실 토종식물은 아니다. 원래 멕시코 등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식물로 꽃이름도 학명인 ‘Cosmos bipinnatus’에서 유래됐다. 우리 정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꽃식물이지만 아직 우리네 감정이 들어간, 순우리말 꽃 이름이 없다는 게 아쉽다.
코스모스꽃 색이 진홍, 분홍, 흰색 등으로 다양한 이유는 여러 색의 꽃이 섞여 피는 것이 아름다워 일부러 꽃 색을 유전적으로 고정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분홍색 꽃만 있는 코스모스 길은 무척 지루해 보일 것이다.
코스모스는 우리에게 가을꽃으로 각인돼 있지만,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여름철에 코스모스가 피었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코스모스의 친척으로는 여름에 오렌지색 꽃이 피는 노랑코스모스(Cosmos sulphureus)가 있다.
코스모스처럼 씨앗이 땅에 저절로 떨어져 매년 볼 수 있는 한해살이풀꽃으로는 채송화, 봉선화, 해바라기, 맨드라미, 접시꽃, 과꽃이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할머니 시절부터 앞마당이나 문 밖 담벼락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친숙한 꽃이다. 그렇지만 이 꽃들도 코스모스처럼 원래부터 우리나라에서 자라던 식물은 아니다. 채송화는 남아메리카, 봉선화는 인도와 미얀마, 해바라기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맨드라미와 접시꽃은 자생지가 알려지지 않은 채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과꽃만 우리나라 북부지방과 몽골, 중국이 고향이다.
과꽃 이외의 꽃들은 원산지가 열대나 아열대 지역이다. 따라서 원산지 기후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5월부터 10월까지가 재배 기간이다. 가로변에 흔히 심는 화려한 팬지나 페튜니아와 같은 교잡종과는 달리 지난해의 씨앗을 심어서 길러도 퇴화되지 않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꽃을 계속 피워준다. ○ 거름 너무 주면 웃자라 쓰러져
코스모스의 경우 최근에는 키가 아담하거나, 화려한 꽃색과 넓은 꽃잎을 가진 개량된 교잡종도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큰 인기는 끌고 있지 못한데, 그 이유는 코스모스가 우리의 마음속에 ‘수수하지만 언제나 거기 있어 푸근한 고향의 꽃’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코스모스는 이전 해 맺힌 씨앗이 5월에 싹이 터서 일찍부터 자란다. 거름과 수분이 많은 토양에서 기르면 한여름에 너무 크게 자란다. 강한 빗줄기를 맞으면 줄기가 쓰러질 수 있다. 이럴 땐 포기의 모양이 나빠질뿐더러 꽃도 잘 피지 않는다. 따라서 6월경 조금은 척박한 정원의 가장자리나 길가에 씨앗을 직접 뿌려 기르는 것이 좋다. 비료는 그다지 줄 필요가 없다. 물도 한여름 흙이 너무 말라 시들면 주는 정도의 관리로 늦여름부터 9월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10월에 씨앗을 받아 두면 이듬해 다시 고향의 풍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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