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종교의 영향력이 무척 큽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신을 믿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종교를 찾죠. 이를 통해 배우자까지 만나고요. 즉 한국에선 종교로 상징되는 공동체가 자본주의에 대한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구하기’(북앤피플)의 저자 에리크 링마르(51)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교수가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스웨덴 출신인 링마르 교수는 15일 오후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들과 가진 토론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본주의의 부정적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나라나 민족별로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종교 공동체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자본주의와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이 책은 자본주의의 존재 가치에 대해 시종 긍정적인 시선을 취한다. 링마르 교수는 “자본주의는 가장 위대하면서 인간적인 제도”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를 잊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적당히 만족하며 지내고, 마르크스가 말한 혁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유를 찾던 그는 가족, 친구, 모임, 단체, 국가, 종교 등 각 나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자본주의 보호 장치’를 해답으로 꼽았다.
이 책의 원서는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낸 영국 ‘앤섬 프레스’에서 나왔다. 장 교수의 책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 링마르 교수의 책은 사회의 역할을 더 중요시한다.
링마르 교수는 스웨덴 웁살라대와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태국 대만 중국 등에서 강의했다. 다양한 나라와 문화, 전통을 경험한 덕에 책에 생생한 사례를 담을 수 있었다.
“스웨덴의 경우 자본주의에 대한 보호 장치는 ‘정부’입니다. 대신 국민들은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죠. 중국은 관시(연줄)가, 일본은 전통적인 기업문화가 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나라별로 장치는 다르지만 공통된 게 있습니다. 바로 가족이죠.”
그는 “이처럼 소중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가족주의가 강한 중국에서도 혼인율이 낮아지며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혼율이 부쩍 늘어 가족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 이런 지적들은 고스란히 한국에도 해당되는 문제일 겁니다. 가족의 중요성을 알고 가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게 자본주의의 폐해를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죠.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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