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지구의 눈물, 인간의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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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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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의 종말/폴 에얼릭·앤 에얼릭 지음, 하윤숙 옮김/560쪽·2만3000원·부키
◇ 장기 비상시대/제임스 하워드 쿤슬러 지음·이한중 옮김/408쪽·1만7000원·갈라파고스

값싼 화석연료의 남용은 인류에게 풍요로운 현대문명을 가져다주었지만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도 함께 초래했다. 노르웨이 최북단 스발바르 제도에서 빙하가 녹아 떨어지는 모습을 촬영한 미국의 마이클 놀런 씨는 “어머니 자연이 지구 온난화로 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Barcroft Media
값싼 화석연료의 남용은 인류에게 풍요로운 현대문명을 가져다주었지만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도 함께 초래했다. 노르웨이 최북단 스발바르 제도에서 빙하가 녹아 떨어지는 모습을 촬영한 미국의 마이클 놀런 씨는 “어머니 자연이 지구 온난화로 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Barcroft Media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9세기 초 세계 인구는 10억 명. 현재 세계 인구는 65억 명에 육박한다. 인류가 일찍이 없던 풍요를 구가하며 지구의 지배종(種)을 넘어 신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 데는 화석연료의 힘이 컸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식량난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긴급한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36억5000만 년 전을 기점으로 하고 지구 생명의 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면 1000만 년은 정확히 하루에 해당한다. 1월 1일 0시, 바닷속에 세포가 하나 등장했다. 한 개의 세포에서 시작한 생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생명 진화의 원동력은 ‘자연선택’이었다. 인류도 선택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다. 12월 31일 오전 10시에 침팬지 계통과 갈라진 인류 계통은 오후 4시가 되자 직립보행을 하게 됐으며, 오후 11시 30분에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사피엔스는 11시 45분까지 지구의 육지 전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12월 31일 밤 12시인 지금, 우리가 있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후인 마지막 15분간의 사건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 생태환경 이야기다. 15분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이 책의 원제대로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dominant animal)’이 되었고, 자연의 선택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을 선택하는 압력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비관적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배적인 동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인데, 인류는 지표면에 있는 거의 모든 생명의 환경을 바꿔 놓았다.

우리 조상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로 인구는 1000배가량 늘었다. 인구는 늘었지만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고 다시 가축을 잡아먹는 육식 습관은 에너지의 효율을 극도로 낮춰 더 많은 농토가 필요했다. 결국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생활공간과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생산적인 생태계인 습지를 간척했다. 소비에 길들여진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화석연료를 단 수십 년 동안 고갈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인구의 밀도가 높아지고 이동의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더군다나 인간의 영향은 지표면을 벗어나 지구의 대기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킨 인류는 이제 자신마저 ‘멸종 위기’ 속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배적인 동물이 되게 해준 특성을 이제는 우리 자신과 생물 세계의 모든 존재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이용할 수는 없을까? 인간과 세계 그리고 둘 사이의 영향에 관한 본질적인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모 과학저술가
▼ ‘석유 고갈’ 재앙은 다가오는데… 소비만능 삶의 태도는 그대로 ▼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고, 아들의 아들은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속담)

석유는 단지 에너지원이나 연료에서 그치지 않는다. 식량, 의복, 건축자재, 펄프, 플라스틱, 공산품과 생필품, 의약품…. 석유는 현대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러나 석유 생산량은 정점(피크 오일)을 지나고 있다. 정점이란 이 세상에 묻혀 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도달점을 뜻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뽑아낸 절반이 ‘제일 취하기 쉽고,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가장 질이 좋고 값싸게 정유할 수 있었던’ 석유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북극이나 바다 밑 깊숙한 곳에 묻혀 있어서 추출하는 일 자체에 많은 석유 에너지가 들 수 있다. 조사 결과 전 세계에 남은 석유의 총량은 37년 사용치에 불과하다.

이 책은 석유생산 정점 이후의 시기를 ‘장기 비상시대(long emergency)’, 즉 상시적 긴급상황으로 규정한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대체에너지가 석유를 대신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공상’일 뿐이라고 본다. 대체에너지 기술 역시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의 금속터빈은 풍력에너지 기술로는 만들 수 없고, 태양광발전 시스템에 들어가는 납축전지는 어떤 태양광발전 시스템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다. 수소에너지, 바이오매스, 메탄하이드레이트도 마찬가지다.

저자에 의하면 ‘장기 비상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으로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굶주리거나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의 곡물생산량을 250%나 증가시킨 이른바 ‘녹색혁명’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의 투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수송’에 의존해 멀리서 자원을 조달해오던 글로벌 국제경제는 급속히 붕괴한다. 각국은 자원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군사분쟁의 시대에 진입한다.

그러나 저자가 ‘종말론자’는 아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지역공동체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해야 하며, 사람들은 생활필수품 정도는 만들어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책은 권고한다. “현대인은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몽유병’의 행진을 멈춰야 할 때다.”

피크오일 이후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으로 크리스토퍼 스타이너의 ‘석유종말시계’(시공사·2008년)도 읽어볼 만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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