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9단(29)은 인상이 부드럽다. 그런 탓인지 기풍도 모난 데 없이 동그랗다는 평을 받는다. 이세돌 9단이나 최철한 9단과 같은 치열한 승부욕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놀기도 좋아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정상권을 위협하고는 있으나 정상권이 되지는 못해 늘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그가 군 입대를 전후해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을 받고, 올해는 다승 2위(45승13패·승률 78%)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또 제55기 국수전 도전자가 됐다. 16일 치러진 도전자 결정전 2국에서 원성진 9단을 불계로 이겼다. 바둑이 쉽지 않았지만 끈질긴 면모를 보여줬다. 그로서는 패기만만하던 20대 초반이던 2003년(46기)에 이창호 국수에게 도전해 3 대 0으로 패한 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이번 상대는 최철한 국수(26). 그는 최 국수와는 친하다. 1995년 입단한 그는 2년 뒤 입단한 최 9단과 당구를 치기도 하고 게임도 같이하는 사이.
조 9단은 앞으로 한 달 정도(다음 달 17일)로 남은 결승 1국에 대비해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좋은 바둑을 두고 싶다”고 말한다. 최 국수와의 전적은 9승 8패로 조한승이 조금 앞선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최철한의 바둑에 대해 “수읽기를 바탕으로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바둑을 둬왔는데 요즘은 보다 유연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은 한 달 실전 연습과 함께 그의 기보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바둑공부할 시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바쁘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여자 상비군과 함께 기보를 연구하고, 주말엔 중국리그에 참가해 바둑공부를 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면서 “실전이 곧 바둑공부라는 생각으로 바둑을 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갑조리그(1부 리그)에 최철한 이영구 홍성지와 함께 뛰고 있다.
조 9단은 자신의 약점으로 형세판단이 치밀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바둑을 낙관적으로 봐 마지막에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최근엔 명인전 예선 결승에서 여자상비군의 멤버이기도 한 최정 초단(16)에게 졌다.
▼김승준 9단의 평가=조한승의 바둑은 포석 감각이 좋은 편이다. 뭔가를 만들어내며 국면의 호흡을 거칠게 몰아가기보다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해 가는 타입이다. 한마디로 부드럽지만 요즘 달라지고 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조한승 9단은…::
·1995년 입단(이세돌 9단과 동기) ·다승왕(2001, 2002년) 2연패 ·연승상(21연승·2002년) 수상 ·9단 승단(2006년) ·천원전 GS칼텍스배 등 우승 준우승 10회 ·기풍: 포석 감각 좋고 부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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