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하가 제철이다. 때맞춰 열리는 충남 홍성의 내포, 태안 안면도, 보령 무창포 등 서해안 곳곳의 대하축제가 입맛을 유혹한다. 커다란 새우를 왕소금에 구워 먹는 맛은 특별하다. 혀에서 느끼는 맛도 중요하지만 대하에 담긴 뜻을 알고 먹으면 색다른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대하는 별명이 해로(海老)다. 등이 굽은 새우의 생김새가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많이 쓰는 별칭이다. 고종 때의 문신 이헌영이 신사유람단으로 일본을 다녀와서 쓴 ‘일사집략(日사集略)’에 새우와 해로 이야기가 보인다.
해로는 수염이 기다란 바다새우인 대하를 가리키는 말로 ‘바다 해(海)’라는 글자가 ‘함께 해(偕)’자와 음이 비슷해 새우를 해로(偕老)한다는 단어에 빗대어 쓰며 이 때문에 결혼잔치에 새우를 많이 쓴다고 했다. 일본의 풍속을 적은 것이지만 우리 풍속에도 비슷한 흔적이 있어 새우를 해로라고 부르면서 부부의 두터운 정을 표현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도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새우를 해로라고 한다고 적었다.
조선시대의 동양화를 보면 새우가 그려진 그림이 있다. 바닷속 풍경을 그려 놓은 것도 아닌데 어울리지 않게 새우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덕담을 담은 것이다. 특히 결혼잔치나 회갑연을 맞이해 그린 그림에 새우가 주로 그려져 있다. 부부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덕담이 담겨 있는 것이니 새우의 의미를 알면 동양화까지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옛날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맛과 영양만 따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음식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함께 먹으며 맛과 함께 멋도 찾았다. 고려 말의 충신인 목은 이색도 대하를 먹으며 새우에 담겨 있는 의미를 되새겼다.
“물고기도 조개도 아닌 새우/바다에서 나는 것이 어여쁘다/껍질은 붉은 띠를 두른 듯하고/엉긴 살결은 눈처럼 하얗다/얇은 껍질은 종이 한 장 두께지만/기다란 수염은 몇 자나 된다/몸을 굽혀 서로 예절을 차리니/맛보면 오히려 도(道)가 살찌겠구나.”
대하의 생김새가 예절을 차리는 것과 같으니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수양이 깊어지겠다는 뜻이다. 해로를 하려면 부부예절도 중요하니 올가을 대하구이는 부부나 연인이 함께 먹으면 좋겠다. 대하의 맛과 함께 해로의 의미를 되새기면 부부 금실이나 연인의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옛날 사람들은 대하가 몸에 이롭다고 했는데 특히 양기를 보충해 준다고 믿었다. 새우는 한 번에 수십 만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우를 생명력이 넘치는 해산물로 여겼던 모양이다. 예전에 며느리가 시집을 오면 새우처럼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에서 새우알을 먹였다고 한다.
옛날 의학서에도 대하는 양기를 북돋아 준다고 나온다. 청나라 때 의사인 조학민(趙學敏)이 저술한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라는 책이 있다. 본초강목에 나오지 않는 민간 약재를 보완해서 편집한 한의학 서적이다. 여기에 새우를 먹으면 신장에 좋고 양의 기운을 보완하기 때문에 양기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기록했다. 민간에서 떠도는 속설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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