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네질도 제냐는 4대째 가족경영을 이어가는 독특한 기업이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회사가 그렇듯 제냐도 가족회사다. 하지만 제냐가 보통 가족회사와 다른 점은 가족 구성원이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101년 전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아버지 미켈란젤로 제냐로부터 물려받은 조그만 원단 공장을 발판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1966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두 아들 안젤로와 알도가 공동 경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안젤로의 아들 질도가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알도의 아들 파올로가 회장을 맡으며 역시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또 안젤로의 딸인 안나는 이미지를 담당하며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젤로의 둘째 딸 베네데타는 인사를, 알도의 딸 라우라는 오아시 제냐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촌 관계인 5명이 그룹의 핵심 부문을 맡아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셈이다.
제냐 가문이 4대째 성공적인 가족경영을 해오며 이탈리아 산간에서 시작한 가업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족 간 유대다.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에르메네질도 제냐 중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한 기자회견에서도 제냐 가족 삼인방인 질도, 파올로, 안나 제냐가 함께 등장했다. 이날 오후 열린 패션쇼에서도 3명이 같이 아시아 유명 연예인들을 맞이했다. 보통 패션쇼의 마지막은 브랜드의 수석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런웨이를 걸어 나오며 끝나지만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 3명이 함께 패션쇼장을 걸어 나간 후에야 패션쇼의 종료 사인이 떨어졌다.
이런 끈끈한 가족 간의 유대는 기업의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제냐 가문은 말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와 품질 우선 경영에 공감하고 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최고급 천연 원료만 사용한다. 직조에선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세계 최고지만 직접 양모나 캐시미어 등 천연 원료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 대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원산지 주민들을 독려해 최고 품질의 천연 섬유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국내 유수의 남성복 브랜드에서 ‘제냐 원단을 사용했다’는 말이 품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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