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와인과 아시아음식 사이의 가교가 될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동양인 최초 와인 마스터 지니 조 리 씨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와인 디너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인 지니 조 리 씨가 포즈를 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와인 디너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인 지니 조 리 씨가 포즈를 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과 중국, 일본 음식은 이제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와인과 어울리는 아시아 음식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 지니 조 리 씨(43)는 “(아시아인들은) 우리가 항상 먹는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면 ‘이게 제대로 맛을 내는 건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와인과 아시아 음식 사이의 브리지(다리)를 어떻게 놓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말했다.

우리 음식으로 소개한 와인

그는 2008년 영국 와인마스터협회(IMW)가 주관하는 와인 마스터 시험에 통과한 뒤 싱가포르항공의 와인 컨설턴트로, 각종 잡지에 와인 관련 글을 쓰는 와인 칼럼니스트로 일해 왔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 디너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한식 세계화와 와인 대중화 트렌드에 발맞춰 파크하얏트 호텔이 주최한 ‘지니 조 리 와인 디너’에 참석해 한식을 비롯한 아시아 음식과 이에 어울리는 와인을 설명했다. 파크하얏트는 지난해 1월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그는 도미 타르타르와 나주 배 요리, 프랑스산 ‘푸이 퓌세 부샤드 페레 에 피스’ 화이트 와인을 연결하고, 제주산 돼지로 만든 라구와 미국산 레드와인 ‘프리스턴 빈야드 피노 누아 소노마 코스트’를 매치하는 등 총 6가지 요리와 8개 와인을 추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우 안심과 밤, 두부, 애호박, 매실, 홍시 등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과 더불어 막걸리로 만든 아이스크림, 보리차 등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와인 디너를 열어 보면 중국인들은 짙은 와인을 좋아하는 등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며 “한국인들은 호기심이 많고 배우고 싶어 하는 열의가 대단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음식과 와인을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먹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지니 조 리 씨가 아시아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11월 ‘아시아인과 미각’(‘Asian Palate’)이라는 책을 펴내며 각종 와인과 어울리는 아시아 음식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7개 나라의 10개 도시를 돌며 진행된 와인 디너에 참석해 아시아 음식과 잘 맞는 와인을 선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2월 홍콩을 시작으로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 등 중국 도시에서 열린 와인 디너에 참석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와인 디너 뒤에는 다음 달까지 일본과 싱가포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고 내년 2월에는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아시아 음식과 와인을 소재로 와인 디너를 열 계획이다.

7개 나라 15개 도시를 찾는 강행군 속에서 지니 조 리 씨는 두 번째 책도 펴냈다. 6월 선보인 ‘마스터링 와인(Mastering Wine)’이란 와인 소개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아시아 음식과 와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와인 소개서는 대부분 와인의 맛을 서양 음식이나 서양에서 난 음식 재료를 통해 설명했는데 지니 조 리 씨는 아시아 음식으로 이를 표현했다. 와인 맛을 표현할 때 우리 팥죽이나 중국의 전통 차, 베트남이나 태국 음식 등이 등장한다.

와인 마스터 전세계 279명뿐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8세가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80년 말 영국 옥스퍼드대에 교환학생으로 가면서부터다. 와인을 즐겨 마시는 유럽에서 지내며 와인의 복잡한 맛과 다양한 종류에 끌렸다. 그 뒤 와인 공부를 시작했고 2003년부터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와인 마스터에 도전장을 던졌다. 결국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쳐’ 2008년 전 세계에서 279명뿐인 와인마스터가 됐다.

그는 1년에 2∼3주 싱가포르에서 일주일에 150여 가지의 와인 맛을 보고 싱가포르항공 기내에 실을 와인을 고른다. 그는 “와인은 이제 동양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아시아 음식 및 음식 재료와 와인의 조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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