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햄버거 대학이 있지만 이탈리아에는 바로 ‘젤라토 대학’이 있다. 물론 4주간의 코스를 기본으로 하는 학원에 가깝지만 정식 명칭은 엄연한 ‘젤라토 유니버시티’이다. 젤라토 장인들이 교수님이 돼 열띤 강의를 펼친다. 젤라토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잘빠진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비즈니스맨부터 눈썹에 서리가 내린 할아버지까지 젤라토를 쭉쭉 빨며 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나라. 그래서 식사 후 (모두가 커피를 외칠 때) 꿋꿋이 아이스크림을 집어 드는 필자에게 이탈리아는 성지(?)와도 같았다. 몽실하고 부드러운 자태로 다가오는 그것에 혀끝을 휘감으면 달콤새콤함이 입 안을 채우며 온몸이 스르르 녹을 듯 짜릿하다.
젤라토는 유지방 함량이 적고 부드러운 식감의 아이스크림을 뜻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크림=젤라토’라고 보는 편이 맞다. ‘유지방이 듬뿍 든 맛’이란 명칭부터 쓰디쓴 초콜릿 맛, 두유 맛, 장미 맛까지 그 종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상상력만큼 다채롭다. 한때 넘쳐나는 관광객을 상대하느라 인공 재료로 만든 수준 낮은 젤라토가 판을 쳤지만 로마의 ‘디 산 크리스피노’ 같은 아르티장(장인) 젤라토가 나오면서 다시 장인의 세심한 기술과 좋은 원료로 만들어지는 젤라테리아(젤라토 가게)가 부활하고 있다.
40여 곳의 이탈리아 젤라테리아 성지 순례(?)를 마치고 보니 세 곳 정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볼로냐에 있는 ‘라 소르베테리아 카스틸리오네’의 크림 계열 젤라토. 구름을 따다 먹는 듯한 크리미한 달콤함에 반해 성질 급한 이탈리아 사람들까지도 여름에는 100m쯤 줄을 서는 것이 예사다. 새콤달콤한 과일 맛의 최고봉을 꼽는다면 로마의 ‘지올리티’다. 120년 역사에 고 요한 바오로 2세도 사랑했던 곳으로, 클래식한 제조법을 고수하며 젤라토의 ‘교본’ 같은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무언가 특이한 맛을 원한다면 로마의 ‘젤라테리아 델 티아트로’를 추천한다. 카카오 젤라토, 와인 크림 젤라토처럼 좀처럼 맛보기 힘든 독특한 젤라토 맛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입을 유혹한다.
손님이 많은 유명한 곳일수록 신선한 젤라토가 계속 새로 만들어지기에 더욱 맛있다. 하지만 눈뜨고도 코 베어 가는 곳이 이탈리아이기에 제대로 된 곳을 찾아가야 한다. 종업원 마음대로 가득 퍼 담은 후 우리 돈으로 1만 원에 가까운 돈을 갈취(?)하고 불량식품 같은 맛으로 뒤통수치는 곳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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