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신비와 현실을 가르는 담장을 막 넘고 있는 듯하다. 불교에서 오도(悟道·불도의 진리를 깨달음)를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던 명상이 일상에서도 스트레스 해소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건강수련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신경생리학적 반응을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나면서 명상과 뇌과학 간의 학제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불교대학원대 불교와심리연구원(원장 윤희조 교수)은 2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교수행과 뇌, 그 치료적 의미’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 “명상, 더는 신비의 영역 아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명상과 뇌의 관계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최준식 고려대 교수(심리학)는 미리 배포한 ‘명상의 뇌과학적 일고찰’에서 “명상은 주관적인 안녕감이나 정서의 고양을 가져올 뿐 아니라 생리 수준을 변화시킨다는 증거가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올해 미 신경과학회지에는 명상의 수행이 통증의 수준을 감소시키며 통증의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뇌 부위의 활성화를 변화시킨다는 보고가 실렸다. 명상이 뇌파의 특정 성분을 증가 혹은 감소시킨다는 증거도 지속적으로 제시돼 고도로 숙련된 명상 수련자는 특정 뇌파 성분을 임의로 발산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서울불교대학원대 윤희조 교수(불교학)와 조옥경 교수(심신통합치유학)는 ‘명상수행, 뇌파, 마음챙김의 관련성 연구’에서 6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명상수행은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좌우반구의 주의력과 우반구의 항스트레스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성일 순천향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불교적 명상 수행에 대한 뇌과학 연구 동향’ 발표에서 “명상 수행 과정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 장치로 조사한 결과 명상이 숙련된 스님들은 인위적인 노력을 거의 하지 않더라도 집중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뇌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전했다. 이는 깨달음을 얻은 스님 중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중에도 득도를 하는 경우를 뇌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명상의 뇌과학적 연구의 한계와 전망
명상 외에도 뇌의 기능과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명상의 효과와 메커니즘을 정확히 판별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명상이 뇌 기능은 물론이고 뇌 구조 자체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연구결과가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학습에 의해서도 뇌의 해부학적 형태가 변한다는 연구도 많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뇌파 상태를 모니터로 보는 ‘뉴로피드백’에서도 훈련을 통해 원하는 뇌파를 생성하기 때문에 명상과 뉴로피드백의 관계에 대한 추후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최근 명상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지만 평범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명상에 대한 연구가 뇌질환의 영역까지 확장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도형 서울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 최국한 가톨릭대 교수(특수교육과), 김형배 동국대 교수(물리학과), 윤병수 영남대 교수(심리학과) 등 의학 물리학 교육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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