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 슈퍼파워의 지위를 누려 왔던 미국 사회는 요즘 우울하다. 재정 적자의 늪에 빠진 뒤 경제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쟁력이었던 창의적인 교육시스템과 기업가 정신은 조금씩 퇴색하고 있다.
이처럼 흔들리는 미국의 위상을 신랄하게 꼬집은 책이 미 서점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의 지성으로 불리는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와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교수(외교학)가 함께 쓴 ‘한때 미국이 그랬었지(That Used to be US)’다. 이달 초 ‘파라, 스트로스 앤드 기룩스(Farrar, Straus and Giroux)’에서 발간된 후 하드커버 논픽션 부문 판매 순위의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미국이 스스로 만든 세계에서 왜 뒤처졌고, 어떻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라는 긴 부제가 붙어 있다.
프리드먼은 지난해 9월 하계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중국의 톈진(天津)을 방문한 뒤 받은 충격을 회상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3시간 반을 달려 오염되고 복잡한 중국판 ‘디트로이트 시’인 톈진에 도착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세계적 수준의 고속철도를 타고 톈진에 도착해 거대하고 아름다운 컨벤션센터에서 포럼행사를 가졌다.
미국에 돌아와 아내에게 중국의 발전상을 전해 주었더니 아내는 “미안한데 최근에 지하철역에 가 본 적 있어?”라고 되물었다. 프리드먼은 동네 지하철역에 가 보고서 아내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깨닫게 되었다. 세계적 수준의 컨벤션센터를 32주 만에 지은 중국에서 돌아와 지하철의 작은 에스컬레이터 2개를 고치는 데 6개월이 걸리는 미국을 본 그는 크게 좌절했다.
저자들은 책에서 영국이 110년 전 미국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오 마이 갓’(이걸 어쩌나)을 외쳤듯이 미국도 똑같은 소리를 외쳐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2차대전 이후 베이버부머 세대가 등장하면서 미국이 변화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전 부모 세대들이 저축과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Sustainable Values)’를 추구한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소비와 대출을 거듭하며 ‘상황적 가치(Situational Values)’만 좇았다는 것이다.
책은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대거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저자들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직원들을 고용해야 어떤 인프라가 필요하고 이 땅에서 어떤 기회들이 있는지를 얘기할 텐데 그들은 이미 다른 곳에 가고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심각한 재정적자를 단기간에 해결할 방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미국을 바로잡는 출발점은 현재 정치적인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워싱턴이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들은 정치인을 쥐에,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던질 수 있는 동기부여를 치즈에 빗대면서 “치즈를 옮겨야 쥐를 움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내년 미 대선에선 정쟁을 뛰어넘어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제3의 후보를 뽑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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