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보수논객, 사이비 보수주의자들 가면을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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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 자유의 적들/전원책 지음/433쪽·1만6000원·중앙북스

“나는 오래전부터 보수주의는 ‘엄격한 아버지’같은 것이고 진보주의는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래서 보수주의의 핵은 도덕성에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도덕적이지 못할 때, 엄격할 수 있을까? 도덕성은 진보주의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각종 TV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수논객으로 이름을 떨친 저자가 보수주의를 말하는 에세이다. 책에서 그는 보수의 핵심가치인 ‘자유’를 억압하는 가짜 보수주의자, 부도덕한 지식인들을 향해 일침을 가한다.

“오늘날 좌우파를 논할 때 제한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떤 형태의 독재체제든 비(非)자유주의 계열의 정치형태나 그 배후사상을 결코 우파 혹은 보수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파시즘에 대해 “‘국가의 재탄생’을 꿈꾸는 국수주의자들이 ‘반자유주의적’인 극단적 민족주의에 입각해 눈물과 불과 피로써 대중을 동원한, 포퓰리즘에 기반한 대중정치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발로 이집트와 리비아 등에서 들불처럼 번진 ‘아랍 혁명’은 20세기 말 소련을 소멸하고 동유럽권을 붕괴시킨 자유주의 혁명의 재점화로 평가한다.

저자는 마르크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사르트르, 브레히트, 촘스키 등 철학 역사 문학 등 다방면의 지식인들로 시작해 박정희, 김대중 등 정치인들의 발언까지 ‘자유주의’ 관점에서 낱낱이 해부한다. 그가 “박정희는 결코 보수주의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반공을 국시로 내건 것만으로 박정희를 보수주의자로 이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독재를 펼친 사실만으로도 그는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오늘날 보수주의와는 동떨어졌다. 그는 국가 경제개발계획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관치경제’를 펼쳤다. 따라서 산업화를 통한 국부의 증진이 보수주의의 목표와 일치했다고 해서 박정희를 보수주의자로 지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일부 좌파적 경향을 보였다. 그는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법을 도입했고, 산림녹화운동과 그린벨트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다. ‘국민교육헌장’으로 대변되는 교육의 획일화 역시 보수주의와는 동떨어진 집단주의적 정책이다.”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편견과 선동을 남발하고, 거짓 주장인 줄 알면서도 옹호하는 좌우파 지식인들에 대해 저자는 날선 비판을 가한다. “지식인이란 쇼윈도 안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는 창녀와 같다. 자신이 팔리지 않았을 때 먼저 팔린 동료를 비웃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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