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경기 파주 출판도시가 아시아 최대의 책 축제를 펼친다.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1회 ‘파주 북소리 페스티벌’. 약 79만 m2(약 24만 평)에 이르는 파주 출판단지 전역은 작가 1000여 명이 독자 10만여 명과 만나는 거대한 ‘지식 난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2005년 완공된 파주 출판문화단지는 258개 출판 관련 업체가 둥지를 튼 국가 산업단지. 2014년 2단계 공사가 끝나면 48만 평 규모에 300여 개 업체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파주출판도시는 “건축에만 신경 쓴 나머지 삶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파주출판도시가 올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출판사 100여 곳의 1층을 모두 서점으로 만드는 ‘책방거리’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번 축제도 책을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지식 축제를 표방했다. 김언호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한길사 대표)은 “그동안 파주출판도시는 ‘책을 만드는 공간’에 그쳤는데, 이제는 ‘책을 만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노벨 문학상 110주년 특별전’. 제1회 수상자인 프랑스의 르네 프랑수아 아르망 쉴리프뤼돔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 로맹 롤랑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작가 107명의 작품 초판부터 작가들의 유품과 친필편지, 사진, 엽서 등을 전시한다. 주최 측은 “볼거리를 넘어 아이들에게 꿈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키워드는 ‘아시아’다. 1일 개막식에서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 책의 수도’임을 선포한다. 5일 한중일과 대만의 대표 출판인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대편집자 특강에서는 ‘아시아 출판문화상’ 제정도 논의한다. “책을 통해 아시아인이 함께 소통하고, 서구와는 다른 아시아적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여 나가자”는 취지로 구상한 상이다.
‘책으로 신(新)실크로드를 열다’ 전시회에서는 혜초, 마르코 폴로, 현장, 마크 아우렐 스타인, 장건, 정화 등 6명의 여행자를 따라 실크로드의 과거와 현재를 책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권영필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등이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강의한다. ‘아시아 문자전’은 아시아 40개국의 문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려주는 전시회다.
고은 시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영국의 세계적인 책마을 ‘헤이온와이(hey-on-wye)’의 창시자인 리처드 부스 씨(73) 등 석학들이 참여하는 강연도 잇따라 열린다. 파주국제출판포럼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펴낸 미국 크노프의 로빈 데서 부사장 등 해외 출판인들이 모여 ‘문학 한류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출판단지 내 100여 개의 출판사 사옥 곳곳에서 열리는 ‘지식난장’을 보려면 하루해가 짧을지도 모른다. 행사기간 중 총 1000여 명의 저자가 독자와 만남을 갖는다. 들녘출판사 사옥에서 열리는 ‘한일 특별고서전’에서는 일본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의 ‘계림래빙기(鷄林來騁紀)’ 미공개 필사본을 비롯해 총 8000여 권의 고서를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031-955-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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