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흥행따라… 사회적 파장도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9시 51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가 그리는 파동이 커지는 모양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성폭행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가 하면 솜방망이 판결을 한 법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법관의 전관예우, 검사의 비리, 아동 성폭행 등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도가니'라는 영화 제목은 그런 치부들이 '도가니' 속에서 들끓는 상태를 상징화한 것이다.

●'도가니' 흥행몰이=영화 '도가니'는 700만 명을 돌파한 '최종병기 활'을 끌어내리고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의뢰인' 등 개봉작을 제치고 예매 점유율 1위(약 41%)를 달리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가 아동 학대 등의 불편한 소재를 다룬 것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성적이다. 안정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 외에도 실화가 주는 '힘'이 흥행요인이라는 평이다.

영화는 2005년 이 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을 발판으로 했다. 당시 가해자 4명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관련자들이 복직해 논란이 빚어졌다.

영화는 관련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실제 사건을 충실히 따라가는 가운데 아이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거칠게 묘사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분하는 이유다.

실제로 영화를 본 시민과 누리꾼들은 재수사와 폐교를 청원하면서 분개하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가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이슈 청원에 5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다.

●사회적 파장 일파만파='도가니'로 촉발된 사회적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영화의 소재가 된 광주시 교육청은 인화학교 감사 대책반을 꾸렸고, 광주 광산구청은 해당 법인에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장애인 시설 등 인권 사각지대를 담당할 인권전담 직원을 채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조계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판사뿐 아니라 검사 등 법조계 전반에 대한 비난이 트위터나 인터넷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처럼 '도가니'로 촉발된 비난이 이어지자 법원도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든 해명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고, 당시 사건을 재판한 해당 판사가 인터뷰를 통해 판결 경위를 해명키도 했다.

●'살인의 추억' 재현되나='도가니'는 흥행과 작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닮은꼴이다. 실제 벌어진 사건을 소재로 했고, 소설, 연극과 같은 1차 텍스트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다.

약 500만명을 돌파한 '살인의 추억'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명의 부녀자가 숨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1996년 초연된 김광림 원작의 연극 '날 보러 와요'가 주요 모티브다.

개봉 당시 재수사를 요구하는 요구들이 빗발친 점 등 영화라는 테두리를 넘어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킨 점도 닮았다. 평단과 관객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영화 '도가니'=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강인호(공유)는 모교 교수의 추천으로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학교에 도착한 첫날부터 학원 법인재단 이사장의 쌍둥이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으로부터 학교 발전기금 명목의 돈을 5000만 원이나 요구받고 학교 분위기가 자신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다.

인호는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의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학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원작을 거의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사건의 처참함과 피해자들의 꿈틀거리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펼쳐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냈다.

영화의 미덕은 관객들에게 감정을 과잉으로 호소하거나 정의를 직접적으로 강요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교장 일당과 탐욕스러운 변호사가 '사필귀정'을 운운하는 장면이 영화의 메시지를 아이러니하게 담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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