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0>齊人이 伐燕이어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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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제나라 신하 沈同이 찾아와 燕나라를 정벌해도 좋은가 사적으로 묻자, 맹자는 燕나라는 정벌당할 만하다고 대답했다. 당시 연나라 왕 子쾌(자쾌)는 재상 子之를 신임해서 왕위를 그에게 넘겼으므로 나라의 紀綱(기강)이 무너지고 백성들은 塗炭(도탄)에 빠졌다. 맹자는 연나라 왕이 천자의 명령을 받지 않고 왕위를 남에게 물려준 것은 신하가 자신의 작위를 사사로이 남에게 준 것과 같아 부당하다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無道한 연나라는 정벌당해도 좋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지만 제나라가 정벌해도 좋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齊人은 아마도 제나라 宣王(선왕)을 가리키는 듯하다. 단, 이설이 있다. 勸齊伐燕은 ‘제나라를 권해서 연나라를 치게 했다’는 뜻이니, 勸은 일종의 사역동사이다. 有諸는 ‘이런 일이 있습니까?’로, 諸(저)는 之와 乎의 결합 형태다. 未也는 제나라를 권해서 연나라를 치게 한 일이 없다는 뜻이다.

金萬重(김만중)은 ‘西浦漫筆(서포만필)’에서, 맹자가 沈同에게 대답한 말은 未盡(미진)하다고 여겨 다음과 같이 논했다. 심동이 연나라를 정벌해도 되느냐고 물은 것은 죽여야 할 사람의 이름을 들어 질문한 것과 같아서, 덤덤하게 물은 것이 아니다. 지금 어떤 세력가가 부유하되 악독한 시골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으려 하면서 부하를 시켜 존경과 신임을 받는 선생에게 ‘아무개는 죽여야 되지요?’라고 묻게 했다고 하자. 이때 선생이 ‘아무개에게 죽을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형벌을 맡은 관리가 할 일이오’라고 대답한다면 세력가의 兼幷(겸병·남의 재물을 빼앗아 합쳐 소유함)을 좌절시킬 수 있다. 김만중은 이런 비유를 들어, 맹자도 ‘죄 있는 나라를 정벌하고 그 백성을 위로하는 일은 天吏(천리)가 할 일입니다. 정벌하지 마시오’라고 답해야 했다고 보았다. 천리란 하늘의 명령으로 백성을 구제하는 사명을 지닌 왕을 뜻한다.

김만중은 정치에서 언어의 기능을 깊이 반성했기 때문에 맹자의 말에 미진한 점이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오늘날 정치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지식인들은 김만중의 비판을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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