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귀에 바람을 놓고 귤꽃 흐드러져 하얀 날 파도소리 들으며 긴 편지를 쓴다》 칠십리 시(詩)공원의 시비에서 새겨진 한기팔 시인의 시 ‘서귀포’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에 서귀포는 신혼여행 1번지 제주도의 ‘관광 1번지’였다. 천지연폭포, 정방폭포, 칠십리해안 유람선과 중문관광단지. 하지만 렌터카가 모든 것을 바꿨다. 자유여행이 대세를 이루며 서귀포는 서서히 잊혀졌다. 구도심의 불편한 차량 통행과 주차의 어려움, 정적인 경치 위주 관광의 도태 추세로.
그런 서귀포가 최근 달라졌다. ‘미항 서귀포’의 매력 재발견 덕분이다. 계기는 2년 전 서귀포항 옆에 놓인 새연교(길이 169m) 덕분.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아랍’의 외관을 본뜬 다리 모습에 매료돼 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새 섬에 나무 덱을 깔아 가설한 해안산책로(1.1km·태풍 무이파 때의 피해로 현재 폐쇄), 다리 중간 교각의 수상무대 공연(한여름 밤의 새연교 콘서트), 화려하게 치장하는 야간조명도 인기몰이의 한 요인. 서귀포 칠십리축제(10월 1∼3일) 중에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칠십리축제가 열릴 곳은 서귀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칠십리 시(詩)공원’. 숲에 둘러싸인 천지연폭포가 조망되는 풍치 만점의 전망 공원인데 한라산과 서귀포, 성산포 등 제주의 자연을 노래한 시비가 조성돼 이런 이름을 얻었다. 축제는 드넓은 잔디밭(주광장)과 아늑한 숲, 그라운드 골프장, 숲오솔길 등지에서 펼쳐진다. 행사도 다양하다. 마(馬)테마 페스티벌, 숲 그늘 아래서 독서하는 ‘숲 속의 책방’, 서불과차(徐過此)의 전설을 재현하는 ‘불로장생 약초 차 체험’, 숲 속 오솔길에 조성한 힐링 존 산책, 말고기 시식 등이다.
미항 서귀포를 감 상하려면 시공원과 서귀포항을 잇는 찻길을 따른다. 도중에 언덕에서는 문섬과 새섬 사이 서귀포항이 수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새연교는 그 오른편. 새연교 중간에서 조망하는 서귀포항도 그만이다. 밤에 찾으면 조명 연출로 거듭 태어난 또 다른 느낌의 새연교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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