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9년 탄생 기념 9월 넷째 목요일 17시 59분 일제히 “To Arthur!”
기네스 맥주 252돌 더블린 ‘아서스 데이’ 현장
22일 아일랜드 더블린 기네스 맥주 공장 내 특설무대에서 열린 아서스데이 축제에서 기네스 애호가들이 기네스 맥주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더블린=송진흡기자 jinhub@donga.com
《9월 22일 오후 5시 59분(현지 시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이 들썩이기 시작했다.도시 곳곳에서는 “투 아서(To Arthur)”라는 건배 구호가 울려 퍼졌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기네스’ 맥주 애호가들과 더블린 시민들이 기네스 맥주잔을 높이 치켜들며 외친 소리였다. 흑맥주의 대명사인 기네스 맥주 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업적을 기리는 ‘아서스데이(Arthur’s day)’ 축제의 시작이었다. 곧바로 더블린 시내 곳곳에 산재한 펍(Pub·영국 및 아일랜드식 선술집)에서는 밴드 연주 등 각종 공연이 연이어 펼쳐지며 기네스 맥주 탄생을 축하했다. 아서스 데이는 아일랜드에서만 열리지 않았다. 미국 뉴욕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전 세계 47개국의 대도시로 이어지며 기네스 애호가들을 하나로 묶었다.》
매년 9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이 축제는 기네스 맥주 탄생 250주년이었던 2009년 처음 시작됐다. 기네스 맥주를 단순한 술이 아닌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판매량 신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네스 맥주 모기업인 다국적 주류 기업 디아지오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이 축제 시작 시간을 오후 5시 59분(17시 59분)으로 정했다. 기네스 맥주가 탄생한 해가 1759년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기네스 맥주 창립자인 아서 기네스가 당시 더블린 외곽이었던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 지역에 방치돼 있던 땅을 빌려 기네스 맥주를 처음 생산했다.
디아지오는 이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도 놓치지 않았다. 아서 기네스가 당시 더블린 시 당국으로부터 매년 임대료로 45파운드를 내기로 하고 9000년 동안 임대했다는 ‘특이한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임대기간이 8700년 이상 남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기네스 맥주를 문화 상품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디아지오의 전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기네스 광고판을 볼 수 있다. 또 공항 내부 기념품 상점에서도 기네스 로고가 박힌 티셔츠나 모자, 머그컵 등이 항상 진열돼 있다. 상품 판촉용으로 뿌려져야 할 것 같은 기념품이 당당한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더블린 도심도 기네스 천국이다. 시내 곳곳에 있는 펍 외부 간판에는 대부분 기네스 로고가 그려져 있다. 곳곳에 세워진 광고판이나 전광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기네스를 만날 수 있다.
아서스 데이 축제장에서 만난 앤드 설리번 씨(33·회사원)는 “기네스는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국민맥주이자 아일랜드인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라며 아일랜드 국민이 기네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네스 맥주는 아일랜드에서 팔리는 맥주 소비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기네스맥주가 아일랜드에서만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생산량의 69%가 아일랜드 이외 나라에 수출된다. 한국에도 기네스 맥주를 찾는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아사히, 하이네켄, 밀러에 이어 올해 상반기(1∼6월) 수입맥주시장에서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기네스 맥주 마스터 브루어인 퍼걸 머리 씨(48)는 “기네스 맥주를 맛있게 즐기려면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맛과 볶은 보리의 구수한 맛, 호프의 쓴맛을 함께 느끼면서 눈으로 보고 즐기는 재미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마스터 브루어는 기네스 맥주의 맛을 관리하는 직책. 단순히 완제품을 맛보는 수준을 넘어 보리 제분부터 분쇄, 가열, 발효, 숙성 등 양조 전 과정에 관여한다.
기네스맥주의 글로벌 그랜드 홍보대사도 겸하고 있는 머리 씨는 “기네스는 잔에 따르는 방법부터 마시는 과정까지 모두 정해진 원칙이 있다”며 “모든 소비자가 이를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바텐더에게 6단계 서빙 방법을 숙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시장에는 기네스의 선도(鮮度)를 살리기 위해 맥주 원액을 항공편으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의 잘 관리된 바(Bar)에서 마실 수 있는 기네스맥주 맛은 더블린에서 마시는 것과 거의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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