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장현갑 교수의 ‘마음 건강’]<2>긍정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분노는 장수의 적, 만족은 활력의 약

윈스턴 처칠은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를 어려움으로 보지만 낙관주의자는 모든 어려움을 기회로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미국 미네소타 주의 유명 정신병원인 메이요클리닉은 447명을 30년 동안 추적 연구했다. 2002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보다 사망률이 50%나 낮았고, 심신 건강도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연구팀은 또 낙관주의자가 좀 더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했다고 밝혔다. 수녀 180명을 60년간 추적해 보니 수도원에 처음 들어올 때 낙천적 태도를 보인 수녀들은 비관적 태도를 보였던 수녀들보다 더 건강하고 장수했다는 연구 결과(미국심리학회지·2001년)도 있다.

이처럼 낙천주의자가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긍정적 태도가 신경계와 내분비계, 면역계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각종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세균 등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2006년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셸던 코언 교수가 193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긍정적 태도와 부정적 태도의 집단으로 분류해 실험했다. 모든 피실험자의 콧구멍에 감기 바이러스를 주입했는데, 긍정 집단이 부정 집단보다 감기에 덜 걸렸다. 긍정적 태도가 면역력을 증가시켰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 긍정적 태도가 건강을 지킨다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에서 부닥치는 난제들을 ‘도전적인 것’으로 여기고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호기로 본다. 반면 부정적 태도를 가진 이들은 ‘위협적인 것’으로 보고 회피할 구실을 찾는다. 미 시카고대 연구팀은 구조조정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정보통신회사 임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심리적 태도와 건강의 관계를 연구(2003년)했다. 감량경영을 성장의 기회로 보는 긍정적 태도를 가진 임원들이 질병에 걸린 비율은, 현 상황을 위협으로 보는 이들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똑같은 상황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태도가 건강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더욱 본격적인 연구는 심장병과 관련해 이뤄졌다. 미 존스홉킨스대의 다이앤 베커 교수는 586명을 대상으로 심장병의 예방에 관한 연구(2001년)를 했다. 그 결과 긍정적 태도가 심장병 예방에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발견했다. 미 듀크대 비벌리 브루메트교수도 심장병 환자 866명을 11년에 걸쳐 추적 연구한 결과, 행복감과 환희감 같은 긍정적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환자들이 부정적 감정을 지닌 환자들보다 생존 확률이 20% 이상 더 높음을 보고(2003년)한 바 있다.

심장병 발병의 심리사회적 요인을 꾸준히 연구해온 유타대의 심리학자 티머시 스미스 교수는 2006년 15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적개심과 심장병 발병 관계를 살펴봤다. 부부간에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이해하는 집단은 건강한 심장이 있었지만 적개심을 가진 부부집단에서는 동맥경화 등으로 인한 심장병이 다수 발견됐다. 미국심장학회는 심리적 태도와 심장병 발병의 관계를 30여 년간 검토한 뒤 2003년 “적개심이 심장병 발병에 가장 위험한 요인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심장질환은 40, 50대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나타난다. 심장병 발병에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 등 신체적 요인 외에 적개심 같은 심리적 태도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 행복한 마음을 갖는 두 가지 방법


그러면 평소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 게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을 길러가는 것일까.

먼저 평범한 일에도 호기심을 보이고, 또 그에 만족하는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핀란드에서 2만2000명을 대상으로 2000년 시행된 연구 결과를 보자. 이 연구에서는 즐거움과 함께 흥미를 갖고 편안하게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짜증을 잘 내고 불만을 잘 표시하고 불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3분의 1로 현저히 낮다는 점이 발견됐다.

다시 말해 행복이란 은행잔액이 올라가고 지위가 높아지는 따위의 외면적인 것에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에도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내면의 충족에 있다. 구체적으론 삶의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일들에 호기심을 갖고, 그것들의 의미를 발견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그 감정을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매사에 만족할 줄 알고(知足), 분수를 알고(知分), 멈출 줄 아는(知止)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다.

행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지름길은 남을 위해 베푸는 이타행동이다. 2008년 미국의 세계적 학술잡지인 사이언스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632명을 대상으로 남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과 자기만을 위해 쓰는 사람의 행복감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 타인에게 돈을 쓴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점이 드러났다. 보너스로 몇천 달러를 받는 16명을 대상으로 행복수준을 측정한 또 다른 연구 결과(2008년)에서도 수령액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돈을 남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자선기금으로 쓴 사람일수록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보다 많은 행복감을 느꼈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돈을 모아야 더 행복해질 것이란 통념이 허위로 드러난 셈이다.

진정 행복하고 건강해지려면 매사에 긍정적이고 만족할 줄 아는 열린 마음과 남에게 베푸는 이타행(利他行)을 삶 속에서 길러야 할것이다. 이런 긍정의 힘이 세상에 충만해질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살맛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영남대 명예교수·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 연구소장 hkchang5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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