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도서 ‘후이자츠판더즈후이(回家吃飯的智慧)’가 중국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제목은 ‘집에서 먹는 밥의 지혜’란 뜻이다. 한국에서 지난해 10월 출간된 ‘집밥의 힘’과 닮은 제목이지만 내용은 꽤 다르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1권이, 최근 2권이 나왔고 모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다. 중의(中醫)인 저자 천윈빈(陳允斌·여) 씨는 책 제목처럼 ‘가족의 체질에 따라 식재료를 골라 최적의 방법으로 요리해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고 강조한다.
1권에서는 가정에서 많이 먹는 식재료의 선택 방법과 요리법 등을 풀어냈고 2권에서는 이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 소개하는 사례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피부가 푸석푸석해서 걱정인 여성에겐 속이 하얀 고구마가, 빈혈이 있는 어린 여자아이들이라면 자색 고구마가 약이라고 주장한다. 생강 이용법도 눈길을 끈다. 생강은 양(陽)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생강의 껍질은 음(陰)의 성질을 띠므로 양이 강한 사람은 생강 껍질을 벗기지 말고 요리하는 게 몸에 이롭다는 것이다. 또 생강은 아침에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보약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좋은 약이 없는 게 아니라 좋은 약을 알아보는 눈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몇몇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지만 기존 건강관리 도서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최근 중국 출판시장을 흔들어놓았던 사건을 먼저 알아야 한다. 올 7월 중국 출판을 총괄하는 국무원 신문출판총서는 건강관리 도서 24종에 대해 ‘편집 기준 미달’을 이유로 판매를 금지했다. 판매금지뿐 아니라 출고된 책을 30일 내에 회수해 소각하도록 했다. ‘날벼락’을 받은 책 중에는 밀리언셀러도 많았다.
중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검증되지 않은 건강관리 방법이 서민 생활과 건강에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발단은 건강관리의 대부 또는 신의(神醫)로 불렸던 ‘장우번(張悟本)’ 사건이었다. 장 씨는 2009년 11월 ‘먹으면서 생긴 병, 먹으면서 고치기(把吃出來的病吃回去)’란 책을 내놓으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책과 강의를 통해 녹두가 만병통치약인 양 선전했다. 중국 대륙을 휩쓴 녹두 열풍으로 녹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급기야 시장에서 녹두를 살 수 없는 ‘녹두 파동’으로 번져갔다. 책 한 권이 일으킨 파장으로는 큰 것 같지만 올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소금이 핵물질 오염에 좋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순식간에 소금이 동이 난 해프닝도 발생한 만큼 중국에서 낯선 풍경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녹두 파동에 대해 조사에 나섰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형서점들은 이 책에 대해 판매를 금지했다. 또 기존 건강관리 도서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중국 출판시장에서 건강관리 도서들은 ‘장우번 사건’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사건 이후에 나온 ‘후이자츠판더즈후이’는 어떤 식품이나 약품을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지도 않고 주변에서 늘 접하는 식재료와 요리법을 통한 건강관리법을 소개할 뿐이다.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했던 기존 건강관리 도서에 대한 시장의 ‘반성(?)’을 반영한 셈이다. 물론 정부가 책들을 기준 미달이라고 판단해 불태우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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