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배우열전① ‘따뜻한 남자’ 정재영 vs ‘영리한 배우’ 하정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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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대표 배우 정재영(41)과 하정우(33). 사진출처=동아일보DB, 스포츠동아DB
충무로 대표 배우 정재영(41)과 하정우(33). 사진출처=동아일보DB, 스포츠동아DB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정재영(41)과 하정우(33)가 맞붙었다.

두 사람의 출연작 '카운트다운'(감독 허종호)과 '의뢰인'(감독 손영성)이 29일 동시 개봉했다. 무엇보다 선 굵은 인물들의 대결이 인상적이다. '카운트다운'은 전도연-정재영, '의뢰인'은 하정우-박희순-장혁이 주연을 맡았다. 모두 연기력 하나는 널리 인정받은 녹록치 않은 배우들이다.

그중 극을 이끌어 가는 감정 없는 채권추심원 태건호 역의 정재영과 능글맞은 변호사 강성희 역의 하정우의 매력 포인트를 비교했다.

▶ 타고난 예능인 VS 희극적 타이밍

정재영=그는 꽤 유쾌하다. 현장에서 정재영이 툭툭 내뱉는 말에 여배우도, 기자도 웃고 만다. 정재영은 인터뷰에서 "이왕 다들 시간 내주고 기자 간담회 오신 건데 재밌게 하면 좋잖아요"라고 말했다.

'타고난 예능감'일까? 정재영은 "전 차려준 밥상에서는 절대 못 웃겨요. 그래서 정작 예능프로에 나가면 웃기지 못해요"라며 극구 부인했다. 좋아하는 예능프로를 묻자 정재영은 MBC '무한도전'을 꼽으며 "재밌잖아요. 이것저것 다양한 도전도 해보고… 장기 프로젝트도 있고… 하면 삶이 의미 있고 보람될 것 같다"라고 하며 은근슬쩍 출연욕심(?)을 내비쳤다.

또한, 그는 영화에 따라 현장에서 직접 애드리브를 선보이기도 한다.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밤섬에 표류한 김씨가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처럼 나뭇가지끼리 마찰을 일으켜 불을 피우려는 장면은 정재영의 애드리브다. "원래 라이터가 있었는데 그냥 한번 해봤어요. 그러다가 '못하겠다, 씨…' 하면서 그냥 라이터로 켰죠. 그 땐 즉흥적으로 이것저것 해봤어요"

하정우=하정우는 잔혹한 연쇄살인범('추격자, 2008')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능글맞은 얼굴도 제법 잘 어울린다. 뻔뻔한 호스트바 마담('비스티 보이즈, 2008')이나 사막에서 에어컨 팔 남자 병운('멋진 하루, 2008')도 하정우의 얼굴이다. '의뢰인'의 강성희 변호사도 '닳고 닳은' 남자의 느낌이 물씬 난다. "저를 믿으세요?"라고 묻는 의뢰인(장혁)에게 그는 "전 웬만하면 믿어요"라고 답한다. 장혁의 무표정한 얼굴과 엇갈리며 미묘하게 웃음이 나온다.

하정우의 이런 희극적 타이밍은 지루하거나, 무거운 흐름에서도 실소를 안긴다. 관객들에게 숨구멍을 주고, 유연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하정우의 이런 디테일들은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하정우, 느낌있다'에서 "제가 무당입니까? 빙의되고 필을 받게…"란 말로 이를 설명한다. 그에게 연기는 반복된 연습의 산물이다. 읽은 횟수를 바를 정正으로 표시하면서 대본을 '공부'한 후 인물의 자세나 말투, 표정 등의 디테일을 만들고, 감정을 배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희순은 '의뢰인' 제작보고회에서 "코미디언 하정우 씨가 표정으로 웃겨 NG를 많이 내서 고생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자연인 하정우는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사람' 이다. (하정우는 "난 그저 콧구멍만 벌렁거렸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 카멜레온 VS 나만의 스타일

전작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정재영과 하정우. 사진출처=출연작 스틸컷.
전작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정재영과 하정우. 사진출처=출연작 스틸컷.

정재영=작품 속 정재영은 늘 다르다.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배우다. 그렇다고 엘리트 역을 했다가 서민 역을 하는 일종의 '계층'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니다. 정재영은 샐러리맨, 야구선수, 경찰 그리고 좀 독특하긴 하지만 이번 '카운트다운'에서의 채권추심원 역할도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잘 표현한다.

그래서 정재영의 영화를 볼 땐, 정재영이 아닌 그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카운트다운'의 허종호 감독은 "정재영은 굉장히 논리적인 배우다. 그래서 소품 하나, 행동 하나까지 개연성에 맞혀서 분석해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잘 몰입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하정우=하정우의 캐릭터들을 어딘가 닮았다. '식상하다'는 뜻이 아니다. 캐릭터 별로 특징이 확실히 있지만, 하정우의 지문이 묻어나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하정우의 캐릭터는 재조합이다. 시나리오를 대사 하나 하나로 잘게 쪼갠 다음 살을 붙여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의 주변 인물들, 하정우 안의 다양한 내면이 섞인다. 그렇게 색을 입힌 인물은 현실성과 함께 하정우의 '느낌'을 가져간다. 그는 그동안 불법 체류자(영화'두 번째 사랑', 2007)부터 변호사까지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지만, 하정우의 '무엇'이 고루 느껴진다.

그리고 하정우는 스스로 색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즐거워한다. 그는 '의뢰인'을 택한 이유로 "처음 시나리오에 다소 전형적인 인물로 묘사됐다"며 "그래서 자신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손영성 감독 역시 "하정우가 만드는 강 변호사에 내가 이입되어 갔다"고 말했다.

차곡차곡 부감을 주고 섬세하게 묘사해 '하정우표' 강성희가 나온 셈이다. 그래서 자못 '모범생'같은 영화 속에서 하정우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그래서 하정우는 '영리하다'.

▶ 자상한 아빠 VS '진짜 남자다잉~'

정재영=정재영은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마스크 그리고 화려한 액션으로 남성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 '실미도'에서 "이 새끼(설경구)가 참길래… 나도"라는 대사를 남기며 범상치 않은 사나움으로 등장했던 한상필과 '이끼'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천용덕 이장 등 그의 살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허종호 감독도 "정재영이 꽃미남처럼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남성다운 얼굴과 슈트가 잘 어울려 끌렸다.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거친 '카체이싱'도 나온다. 차 핸들을 잡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을 정도.

하지만 평소엔 스릴을 즐기지 않고 절대 '안전운전'을 한다는 정재영은 거친 이미지를 위해 따로 운동을 하는 것은 없다. 자신의 거친 이미지는 온전히 '얼굴'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 같다.

정재영은 "평소에 친한 친구들이랑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이들과는 애니메이션 보러 영화관에 들려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격은 일반인들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상함이 듬뿍 담겨있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그는 "시간이 나면, 가족들과 꼭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정우='의뢰인' 속 강성희는 LG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야구 연습을 한다. 실제 하정우는 MBC 청룡시절부터 LG를 응원한 야구팬이다. 또, 그는 고교시절 농구 대회를 나가기 위해 신문부를 탈퇴했고,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를 즐기며, 지인들과 함께 하는 축구모임 'FC하정우'를 꾸려나가는 운동광이다. 올 11월에는 지인 15명과 국토대장정도 나간다. 말 그대로 '파이팅이 넘치는' 진짜 남자다.

화가로도 활동하는 하정우는 화풍 또한 과감하다. 팝아트와 표현주의를 연상케 하는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 재기발랄하다. 올해 3월에 열렸던 개인전 하정우는 '피에로' 연작을 선보였다. 캔버스 안의 광대들이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다.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강렬하다. 그림에서도 하정우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그의 흥행작은 항상 남자 배우들과 함께였다. '추격자', '황해'에서 호흡을 맞춘 김윤석과 커플로 나오는 팬픽이 있을 정도. 이번 '의뢰인'에서도 하정우는 박희순, 장혁과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는 "의도한 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로버트 드니로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은연중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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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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