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을 쥔 이창호 9단의 초반 구상은 미니 중국식이었다. 이후 모양 바둑을 두는가 싶더니 국면을 쪼개가는 바둑을 택했다.
홍성지 8단의 백 12가 성급했다. 백 12로는 참고 1도처럼 백 1부터 5까지 우변에서 자세를 갖추고 이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백 12로 좁은 곳에 들어가 자세를 잡으려 하면서 고초를 자초했다. 홍 8단은 이 백말의 안위 때문에 바둑을 뜻대로 펼치기 어려웠다.
반면 흑은 37로 우변의 품을 넓히며 백 대마를 위협한다. 백은 일방적으로 쫓길 수만은 없다며 44로 끊어간다. 이때 우변을 지키는 흑 51 마늘모가 실리를 중시한다는 프로의 냄새를 물씬 풍겨주는 한 수. 통상 참고 2도처럼 모양을 중시해 날일자로 뛰기 쉬운데 백 2로 둘 경우 공격이 쉽지 않다. 모양보다는 실리를 중시한 실전적인 수.
홍 8단이 백 대마를 타개하면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려던 백 60이 경솔했다. 이 9단의 61, 63, 65의 연타로 백 대마가 위험해졌고 결국 일부가 잡혔다. 일거에 흑의 우세. 더구나 흑은 백 진영이던 좌하귀에 들어가 살았다. 이후 홍 8단이 우변과 상변에서 승부수를 띄웠으나 이 9단은 침착하게 잘 마무리해 승리를 일궈냈다. 흑의 완승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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