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2>今에 有殺人者어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제나라의 客卿(객경)으로 있던 맹자에게 제나라의 신하 沈同(심동)이 燕(연)나라를 정벌해도 좋은지 개인적으로 물었다. 연나라는 그 왕 子쾌(자쾌)가 천자의 명령을 받지 않고 왕위를 사실상 남에게 물려주어 나라의 紀綱(기강)이 무너진 상태였다. 맹자는 연나라가 정벌당해 마땅하다고 심동에게 대답했다. 이후 齊나라가 燕나라를 정벌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맹자가 제나라의 정벌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맹자는 만일 ‘누가 정벌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받았다면 ‘天吏(천리)라면 정벌할 수 있다’고 대답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살인자를 처벌하는 권한이 오로지 士師(사사)에게 있음을 예로 들어 無道한 나라를 정벌하는 권한은 오로지 天吏에게 있음을 다시 강조했다.

今 이하는 假設(가설)의 상황이다. 人可殺與의 人은 살인자를 가리키고, 與는 의문종결사이다. 彼는 或問之의 或을 가리킨다. 將應之曰의 주어는 吾인데 생략되어 있다. 孰可以殺之에서 孰은 주어, 可以는 가능의 뜻을 지닌 보조동사구이다. 爲士師는 ‘사사라면’의 뜻을 나타낸다. 士師는 周나라 때 獄事(옥사)를 다스리던 관리를 말한다. 조선시대의 義禁府(의금부) 관원이 이에 해당한다.

근대 이전에는 살인자를 처벌하는 권한이 항시 士師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春秋’를 보면 亂臣賊子(난신적자·나라를 어지럽히고 부모를 해치는 무리)는 사람마다 죽일 수 있었지, 士師(사사)라야 處斷(처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구나 다른 민족의 생존권과 자주권을 침탈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런 자들을 처단하려고 다른 곳에서 天吏나 士師를 모셔 올 수는 없다. 安重根(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私心에서 나온 殺人이 아니라 義理를 따른 擧事(거사)였다. 맹자가 士師의 예를 든 것은 방편상의 假設이었을 따름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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