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에 열린 ‘앙상블 디토 앙코르 리사이틀’ 무대에서 유독 빛나는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26·사진)였다. 2008년 앙상블 디토에 합류했을 때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외손자’로 국내에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이제 연주자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엔 지휘자 야니크 네제 세갱이 이끄는 런던필과 영국 스페인에서 협연했다. 지휘자는 그를 2012년 3월 로테르담필 협연자로 다시 초청했다. 올해 3월에는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그를 직접 지목해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차분한 음색, 깨끗한 연주기법, 노래하는 듯한 프레이징이 마음을 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음 달 두 번째 한국 리사이틀을 앞둔 그를 만났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과감한 선곡을 했다. 모두 20세기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꾸민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 코플랜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루토스와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수비토’,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골랐다.
“2년 전 첫 리사이틀 때 브람스와 베토벤을 연주했죠. 이번에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음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대음악은 어렵다고 여기지만 잘 들어보면 금세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정서, 자연과 통하는 것은 어느 시대 음악이나 같으니까요.”
쟁쟁한 지휘자들이 그를 협연자로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재키브는 “직접 까닭을 물어본 적은 없다”면서 깔깔 웃다가 이내 진지해지더니 “‘음악에 온전히 헌신하라’는 스승(도널드 웨일러스타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거침없이, 당차게 말하는 그와 인터뷰를 마친 뒤 그의 트위터(@StefanJackiw)를 보다가 절로 웃고 말았다. 재기발랄한 짧은 글들은 그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핀란드에서 순록 혀를 맛있게 먹었는데 붉은 소스가 같이 나왔다. 루돌프 코로 만든 것 같았다.’ ‘호텔 옆방 투숙객이 내 바이올린 소리에 항의하려고 방문 아래로 쪽지를 밀어 넣었다. 미안해요 롱롱(피아니스트 ‘랑랑’을 희화화한 말), 당신은 ‘조조마(요요마)’가 아니잖아요.’
11월 2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7만 원. 02-318-4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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