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변천 과정과 뿌리를 찾다 보면 그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을 알게 됩니다. 말 속에 숨은 보물찾기 같은 것이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김양진 선임연구원(45·사진)은 우리말 600여 단어에 대해 어원론적, 조어론적, 어휘의미론적 해석을 담은 ‘우리말 수첩’(정보와사람)을 최근 펴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은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 그 성과를 담은 것이다. 그는 1996∼2009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집필에도 참여하는 등 약 20년간 우리말의 어원을 찾아왔다.
‘마찬가지’는 그 뜻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 김 연구원은 1669년 고산 윤선도가 그의 형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치 ㅱ가지’라고 쓴 것이 고문헌에 보이는 첫 기록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후 ‘마ㅱ가지’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로 쓰이게 됐다고 한다.
‘환갑(還甲)’의 ‘환’자는 원래 ‘바꿀 환(換)’자였는데 지금은 ‘돌아올 환(還)’자로 쓴다. “‘환(還)’자의 발음은 원래 단음인데도 유독 환갑의 ‘환(還)’자는 장음으로 소리를 내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죠. 그건 원래 그 자리에 ‘바꿀 환(換)’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미상으로도 갑(甲)을 바꾼다(換)는 것이 시간적인 진척의 뜻을 담고 있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환(還)’보다 더 적절하지요.”
이웃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은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아침’은 ‘석보상절’에 ‘아ㅱ’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다. 이 말은 ‘작다, 시작하다’ 등의 의미를 갖는 ‘B-’에 명사형 어미 ‘-ㅱ’이 결합한 말로 알려져 있다. ‘조선(朝鮮)’의 옛 이름인 ‘아사달’의 ‘아사’와 기원이 같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일본에서 ‘아침 해’를 ‘아사히’라고 하는 것도 고대 우리말 ‘아사’와 뿌리를 같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잊혀져 가는 말 속의 역사를 되살리는 것은 곧 우리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우리말 어원을 추적해 ‘사전 속의 사전’ 역할을 하는 책을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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