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계의 ‘천재’ 김병욱 PD의 신작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 3탄)이 지난달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작품은 캐스팅 소식 하나하나가 포털 사이트 검색에 오르며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지붕 뚫고 하이킥’(2탄)의 공급가액은 31억6000만 원에 불과했으나 하이킥 3탄은 87억1000만 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 같은 폭발적인 시청자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12% 시청률로 시작한 하이킥 3탄은 매일 시청률이 하락했다. 개천절인 3일 반등했지만 다음날 다시 떨어졌다. 마니아들은 “예전만큼 웃기지 않다”라는 평가를 쏟아낸다.
과연 하이킥 3탄이 하이킥할 수 있을지 분석해 봤다.
하이킥 3탄은 김병욱 PD 특유의 한국형 가족시트콤 틀 안에서 더 궁핍해진 사람들을 내세웠다. 부도를 맞은 안내상 가족, 전세 사기를 당한 교사 박하선, 고시원에서 쫓겨난 백수 백진희 등이다.
웃기지만 슬픈 사회풍자 시트콤인 셈.
은행이 망하고, 한순간에 극빈층이 될 수 있는 중산층 가족을 내세워 ‘웃음’을 소폭 포기해서라도 사회를 꼬집어 준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설정이 지나치게 무거운 탓에 “웃자고 틀었는데, 우울하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암울한 현실을 시트콤에서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게 시청자 심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개그 코드를 심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성 출연자의 속옷 노출, 안내상의 전신 누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트콤에서는 캐릭터도 중요하다. 전작에선 11명 남짓한 인물이 등장했지만, 하이킥 3탄은 초반부터 15명이나 대거 등장해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중심축이 돼야 할 안내상은 ‘조강지처 클럽’에서 맡았던 한원수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배우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준 사례는 많다.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가 그랬고, 하이킥 전작 중 이순재와 정보석 역할이 그랬다. 이들은 모두 정극에서 진지한 연기로 정평이 나 있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그 변화가 코믹함이 크게 느껴졌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3탄에선 이미지 파격을 꽤한 재밌는 캐릭터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며 “특별한 개성 없이 쏟아져 나온 캐릭터들이 안착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트콤과 가장 맞닿아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비교해보면 SBS ‘패밀리가 떴다’나 MBC ‘무한도전’ 등도 처음에는 비호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출연자들이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일극 시청자들이 ‘불륜 코드’를 욕하면서 보는 것처럼, 시트콤에서도 러브 라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하이킥 3탄에서는 연인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20, 30대 연기자가 너무 많다.
박하선 백진희 외 보건소 의사 윤계상, 체육 교사 서지석, 항문외과의 이적, 9급 공무원 고영욱, 고등학생 김지원, 이종석, 크리스탈이 있다. 여자 출연자 중 이적의 미래 부인도 있다는 내용이 첫 회에 공개되기도 했다. 러브 라인을 너무 꼬는 것도 단순명료함으로 끝내버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윤석진 교수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착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닌 윤계상, 독특한 여고생 김지원이 반전 코드를 감춘 최종 병기일 듯하다”라며 “김 PD가 한국형 가족시트콤이라는 ‘자기 복제’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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