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맛있는 유럽]<10·끝>나폴리의 명물빵 ‘스폴리아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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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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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서 훔쳐낸 묵직-달콤한 레시피

스폴리아텔라
스폴리아텔라
이탈리아 나폴리의 빵집 핀타우로에서 파는 ‘스폴리아텔라’라는 이름의 조개모양 빵은 겹겹이 싸인 페이스트리 안에 치즈와 계란의 묵직한 맛이 인상적이다. 김보연 씨 제공
이탈리아 나폴리의 빵집 핀타우로에서 파는 ‘스폴리아텔라’라는 이름의 조개모양 빵은 겹겹이 싸인 페이스트리 안에 치즈와 계란의 묵직한 맛이 인상적이다. 김보연 씨 제공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라는 가사가 들어간 가수 임재범의 노래 ‘여러분’을 들으며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내사랑 달다구리(케이크, 빵, 쿠키 등 달콤한 디저트의 애칭)들. 미울 때, 외로울 때, 속상할 때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는 초콜릿아이스크림만큼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있을까.

달콤한 디저트의 천국 유럽에서 달다구리에 대해 얘기하려면 50부작 대하드라마보다 할말이 많지만 흥미로운 사연의 이 빵의 이야기는 언제든 단골 이야깃거리다. 바로 나폴리의 명물빵인 ‘스폴리아텔라’다. 유럽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생김새의 이 조개 모양 빵에는 사연이 있다.

18세기부터 이탈리아 남부 수도원과 수녀원에서만 알음알음 공유하던 비밀 조리법을 한 남자가 몰래 빼내와 빵집을 열었다. 이 과정에도 수많은 ‘설’들이 존재한다. 조리법을 몰래 훔친 것이 아니라 수녀원에서 살짝 알려줬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수도원에서 수녀원으로 어떻게 그 조리법이 전해졌겠느냐까지, 300년 역사의 빵 하나는 그렇게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어쨌든 변치 않는 사실은 그 남자 이름이 ‘핀타우로’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핀타우로의 빵집은 2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어찌어찌 찾아간 그 빵집은 예상보다 소박한 모습이었지만 간판만은 왠지 모를 위엄이 넘쳤다. 간판에는 선명하고 굵은 글씨 로 적힌 ‘스폴리아텔라’라는 단어가 이곳의 존재를 당당히 증명해 줬다.

조심스레 카메라를 꺼내는데 사진 촬영은 안 된다며 손을 젓는 냉정한 종업원. 명성이 높다는 웬만한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300년을 이어온 그들의 자부심이라 받아들였다. 가장 전통적인 스폴리아텔라를 사 들고 나왔다.

‘그래, 얼마나 맛있나’ 하며 휴지에 싸인 빵을 꺼내 한 입 베어 무는데 고기를 베어 문 듯한 묵직함이 전해졌다. 버터와 밀가루, 돼지기름으로 만들어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안에 리코타치즈와 계란의 묵직한 맛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지나치게 단 디저트와 심심한 주식용 빵이 대다수인 유럽 빵 세계에서는 매우 드문 맛이었다. 오묘한 빵 맛에 나는 유명 피자집으로 가려던 계획을 미루지 않을 수 없었다.

300년 전 핀타우로가 그 조리법을 훔치지 않았다면 나폴리에서 그 맛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을까? 어찌저찌하다 사라질지도 모를 스폴리아텔라를 지금까지 나폴리 사람들의 사랑받는 간식거리로 남게 해 준 그를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보연 pvir21@gmail.com

※ 김보연 씨의 ‘맛있는 유럽’은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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