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준 상무는 제일모직이 국내에 도입한 프랑스 프리미엄 브랜드 ‘니나리치’의 남성복 및 남녀 액세서리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최근 영입됐다. 서울 강남에 새로 마련된 그의 사무실은 이미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한 느낌이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
기자가 패션디자이너 정욱준 씨를 처음 만난 건 약 10년 전인 2001년 11월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모인 젊은 디자이너들의 부티크를 취재하다 만난 그는 “남성복의 전성기인 1920년대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이 내 옷의 특징”이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당시 기사에서 그의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썼던 표현 ‘꽃미남’처럼, 그의 옷들도 예뻤다. 지루할 수 있는 정장 라인에 생동감 있는 포인트 컬러를 과감히 매치한 감각이 돋보였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강산도 변했다. 소박한 옷집이 옹기종기 모인 가로수길은 레스토랑 카페, 대형 패션매장이 엉킨 번화가로 진화했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디자이너는 10년간 차근히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여갔고 2007년부터 파리컬렉션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지난달 15일 제일모직이 2008년부터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해 영업 활동을 해온 프랑스 고급 브랜드 ‘니나리치’의 디자인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됐다. 이제 그의 공식 직함은, ‘정욱준 상무’다. 제일모직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그는 제일모직과 자신의 만남을 ‘연애결혼’이라고 표현했다.
정 상무께서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비결이 뭔지….
“패션기업 디자인실에서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1999년 제 브랜드 ‘론코스튬’을 직접 설립했습니다. 서울컬렉션에 도전할 때부터 제 디자인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글로벌한 사명감’이 있었던 게 도약의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제일모직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을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이런 성과가 영입에 영향을 미친 것이겠죠.
“3년 연속 수상한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하니 특별한 인연은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회사가 제게 일방적으로 영입을 제의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도 회사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회사 측에 전달한 적이 있으니 서로가 원해 결합한 ‘연애결혼’인 셈이죠.”
니나리치의 남성복과 남성·여성의 액세서리 라인 디자인 총괄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정 상무가 해석한 니나리치는….
“니나리치의 과거 패션 컬렉션을 여러 번 반복해 봤어요. 저는 ‘셀린느’의 디자이너 피비 필로처럼 브랜드의 전통을 살리되 디자이너 특유의 개성을 세련되게 드러내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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