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지를 보면 안다… 그녀가 왜 자신만만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내가 내게 선물하는’ 보석 쇼핑 가이드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보석의 모티브는 꿀벌, 나비, 클로버 등 자연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왼쪽 위부터) ‘쇼메’의 ‘아트랩 모아 허니비 컬렉션’, ‘반클리프 아펠’의 ‘투버터플라이 링’ 일부분, ‘쇼메’의 ‘아트랩 모아 허니비 컬렉션’, ‘반클리프 아펠’의 ‘투버터 플라이링’, ‘반클리프 아펠’의 에피야쥐링. 네잎클로버 중 이파리하나가 손의 움직임에 따라 달랑달랑 움직이게 디자인했다.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보석의 모티브는 꿀벌, 나비, 클로버 등 자연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왼쪽 위부터) ‘쇼메’의 ‘아트랩 모아 허니비 컬렉션’, ‘반클리프 아펠’의 ‘투버터플라이 링’ 일부분, ‘쇼메’의 ‘아트랩 모아 허니비 컬렉션’, ‘반클리프 아펠’의 ‘투버터 플라이링’, ‘반클리프 아펠’의 에피야쥐링. 네잎클로버 중 이파리하나가 손의 움직임에 따라 달랑달랑 움직이게 디자인했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스로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여성이 늘면서 보석 업계의 주요 고객이 선물하는 쪽인 남성에서, 실사용자인 여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트렌드를 전했다. 이 신문은 설문조사 결과 연 10만 달러 이상의 가처분 소득을 가진 미국 가정의 여성 25%는 지난해 ‘특별한 이유(명절 또는 기념일을 기리는 목적) 없이 고급 보석을 구입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 회사 ‘민텔’에 따르면 특히 45세 전후의 전문직 여성 상당수가 보석을 ‘그냥 구입하는(just becausers)’ 집단을 이루면서 보석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석 브랜드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랑의 징표’라는 의미가 확실히 부여돼 여성이 남성에게서 선물로 주로 받게 되는 반지 역시 스스로 구입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프랑스 고급 보석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김원준 부티크매니저는 “스스로에 대한 격려나 위안의 의미로, 또는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기 위해 혼자 반지를 구입하러 오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동아일보 ‘위크엔드3.0’은 올가을, 스스로를 위한 반지 쇼핑에 나선 여성들을 위해 주요 브랜드 매장을 샅샅이 훑어봤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메릴린 먼로가 ‘여자들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외쳤던 다이아몬드를 필두로 다양한 유색보석으로 치장한 ‘블링블링’한 반지들이 ‘반지 투어’의 목표물이었다.

지난달 30일 금요일. 반지 투어의 첫 도착지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쇼메’ 매장이었다.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개인 취향 때문인지 꿀벌을 테마로 삼은 ‘아트랩 모아 허니비 컬렉션’이 가장 먼저 눈에 쏙 들어왔다. 꿀벌의 날개는 11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하고 몸통 부분은 가닛, 오팔 등으로 꾸민 이 컬렉션은 꿀벌의 머리 옆쪽에 하트 모양 가넷이 세팅돼 더욱 귀여운 느낌이다.

반지의 밴드 부분은 옐로 핑크 화이트 골드 소재로 각기 디자인됐다. 이지민 부매니저는 전체적으로는 흰 편이지만 부분적으로 노란빛이 감도는 기자의 손에는 18K 핑크골드에 0.5캐럿짜리 핑크 오팔이 꿀벌의 몸통 부위를 장식한 디자인(300만 원)이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스스로를 위한 선물 콘셉트로 디자인된 ‘티파니’의 ‘셀리브레이션 링’,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카르티에’의 ‘트리니티 링’, 지중해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불가리’의 ‘메디터레이니언 에덴’ 컬렉션, 4가지 색상이 한데 조화를 이룬‘부셰론’의 ‘쿼트르 화이트초콜릿’, 다이아몬드를 자수하듯 새겨넣은 ‘샤넬’의 ‘카멜리아 브로데’(왼쪽부터).
스스로를 위한 선물 콘셉트로 디자인된 ‘티파니’의 ‘셀리브레이션 링’,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카르티에’의 ‘트리니티 링’, 지중해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불가리’의 ‘메디터레이니언 에덴’ 컬렉션, 4가지 색상이 한데 조화를 이룬‘부셰론’의 ‘쿼트르 화이트초콜릿’, 다이아몬드를 자수하듯 새겨넣은 ‘샤넬’의 ‘카멜리아 브로데’(왼쪽부터).
이어 방문한 소공동 롯데면세점 ‘샤넬’의 파인주얼리 부티크에서는 브랜드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의 삶과 취향을 디자인에 녹인 샤넬 특유의 브랜드 철학을 보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꽃 카멜리아를 모티프로 한 ‘카멜리아 브로데’(637만 원)는 9월 중순 국내에 소개된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18K 화이트골드에 0.07캐럿짜리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1개와 0.3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65개가 자수처럼 놓인 디자인이 심플함과 화려함이 양립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도 반지 투어는 계속됐다. ‘티파니’ 매장에서는 이 브랜드가 도전적으로 선보인 ‘셀리브레이션 링’ 컬렉션이 그 어떤 브랜드보다 풍성히 준비돼 있었다. 이 컬렉션은 ‘당신의 오른손을 위하여(for your right hand)’라는 기치를 걸고 여성이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오른손에 끼는 반지를 제안하고 있다. 남성과의 약속의 의미로 왼손에 끼는 반지 대신 내가 나를 위해 선물한 반지는 오른손에 끼라는 다소 페미니즘적인 철학이 담겼다. 매장 관계자는 “30, 40대 여성 직장인들 중에 승진을 자축하는 의미로 반지를 구입해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석의 세팅 방법과 크기, 밴드 소재 등에 따라 가격(299만 원부터)과 디자인이 다양하다.

‘카르티에’에서는 1924년, 브랜드 창업자의 손자 루이 카르티에가 친구인 시인 장 콕토에게 선물했다는 대표 컬렉션 ‘트리니티’가 ‘잇 아이템’으로 추천됐다. 우정을 상징하는 화이트골드와 충성을 상징하는 옐로골드, 사랑을 뜻하는 핑크골드 링 3개가 하나로 어우러진 제품이다. 다이아몬드 세팅 없이 3줄의 밴드로만 이뤄진 제품(두께에 따라 132만∼298만 원)부터 다이아몬드로 풀 세팅된 6줄 짜리 제품(5030만 원)까지 가격대는 다양하다.

이어 방문한 ‘반클리프 아펠’에서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독창적인 디자인 덕분에 컬렉션을 보는 내내 무릎을 치게 됐다. 흰 나비와 노란 나비가 손가락 사이를 노니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되며 위에서 내려다보면 링의 밴드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 ‘투 버터플라이 링’이 그 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 화려한 카르티에의 대표 컬렉션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 화려한 카르티에의 대표 컬렉션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네잎 클로버를 모티프로 한 ‘스위트 알람브라 컬렉션’ 가운데 클로버의 네 개 이파리 가운데 3개는 고정돼 있고 한 개는 달랑달랑 움직이게 디자인된 ‘에피야쥐 링’는 특히 독특한 디자인을 찾는 여성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소재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이 가운데 가장 독특해 보였던 ‘옐로골드+하얀색 마더 오브 펄’ 디자인은 540만 원.

‘불가리’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대담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특히 지중해를 모티프로 디자인돼 올해 처음 선보인 ‘메디터레이니언 에덴’ 컬렉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토파즈와 애메시스트, 캘세드니, 쿼츠 등의 원석을 원석 그대로의 오묘한 색상이 잘 드러나도록 커팅한 디자인으로 가격은 소재에 따라 각각 270만 원, 320만 원.

‘비제로원 컬렉션’에서는 최근 주얼리 업계 빅 트렌드로 꼽히는 블랙 또는 화이트 세라믹 소재를 핑크골드와 접합한 4밴드링(130만 원)이 돋보였다.

이날 반지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부셰론’이었다. 달콤한 초콜릿색 골드로 유명한 이 브랜드에서는 옐로 화이트 핑크 골드를 화이트 세라믹과 결합한 ‘쿼트르 화이트 초컬릿’ 신제품(344만 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초콜릿색 골드를 사용한 기존의 ‘쿼트르’ 링도 사랑스러웠다.

보석 쇼핑에는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여느 패션 아이템보다 신중하게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번에 바로 ‘득템’하지 못하면 어떠랴. 최상의 빛을 내기 위해 수백 번씩 몸을 깎는 수고로움을 감수한 보석 반지들은 거장의 예술품을 볼 때처럼 감동을 주는 ‘마인드 세러피’ 효과를 내기에만도 충분하니 말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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