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길애그리퓨리나의 장학금 지원을 약속받은 박병천 군이 4일 전북 장수군 자신의 집에서 동아일보기사를 들어 보이며 부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왼쪽). 유기견 천상이를 돌보는 정경순 씨 집에는 지난주 재미교포 120여 명의 후원 메시지가 담긴 우편물이 도착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니?”
“혼자 공부했어요.”
“어떻게 이걸 직접 만들 생각을 했어? 참 기특하네. 생각이 기특해. 허허.”
4일 전북 장수군 천천면의 한 시골집에서 이뤄진 대화 한 토막입니다. 대화의 주인공은 카길애그리퓨리나(다국적 사료회사 카길의 한국법인)의 김병용 양계영업담당이사와 올해 고2인 박병천 군입니다. 박 군은 지난달 24일자 O₂ 커버스토리로 다뤄진 ‘부화기 만드는 산골소년’입니다. 김 이사가 장수를 직접 방문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박 군 사연이 O₂에 소개된 후인 지난달 26일 기자에게 강경욱 카길애그리퓨리나 마케팅담당이사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청년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하고 싶다는 얘기였습니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자체 문화재단을 통해 축산계통으로 진학했거나 진학 예정인 학생들에게 10여 년째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 군에 대한 장학금 지원은 일주일 만에 최종 결재가 떨어졌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속도입니다. 고3이 되는 내년에는 100만 원을, 축산 관련 전공으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문화재단 이사장을 겸하는 김기용 카길애그리퓨리나 회장은 “이런 훌륭한 청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박 군에 대한 추천서를 작성해야 하는 김 이사는 사전면담 차원에서 장수를 방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양계 전문가인 김 이사는 사업의 ‘멘토’로서도 박 군을 적극 지원하게 됩니다.
생각지 못한 반가운 손님에 박 군도 신이 났습니다. 냉장고로 만든 대형 자동부화기를 설명하는 목소리도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마침 손님들이 방문한 날 박 군의 부화기에선 병아리들이 막 알을 깨고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박 군의 실험정신과 목표의식에 감탄하던 김 이사는 이내 ‘쓴소리’를 쏟아냅니다.
“유기농으로 닭을 키운다고 하더라도 단계별 목표가 있어야 해. 지금은 백신이 뭔지 바이러스가 뭔지 몰라도 되지만, 닭이 1000마리, 1만 마리가 되면 관리방법 자체가 다르니 질병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할 거야.” ▼ 60대 주부, 1000만원 선뜻… “천상이 기사보고 펑펑 울어” ▼
박 군이 참 괜찮은 ‘선배’를 일찍 만나게 된 것 같아 흐뭇합니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있어 지면을 통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O₂에 소개된 주인공 중 유기견 ‘천상이’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7월 23일자 커버스토리로 소개된 이 귀염둥이를 돕겠다는 후원자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하네요. 기사가 나간 직후 천상이 ‘엄마’인 정경순 씨 통장에는 거금 1000만 원이 입금됐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기부자는 평범한 60대 주부인 조미령 씨였습니다. 그는 유기견보호소를 같이 해보자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사업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에 기사를 접했다고 합니다. 정 씨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그분께서 기사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큰돈을 보내면서도 자신이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있다며 거듭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잊을 수 없는 분이에요.”
천상이네에 고정적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이들도 O₂ 기사 이후 10명 정도에서 200명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인터넷 카페 ‘내 사랑 바둑이’ 회원도 1900여 명으로 두 달 만에 배로 불어났고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보낸 우편물이 정 씨에게 도착했습니다. 봉투 안에는 재미교포 120여 명이 보내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메시지를 모아 보낸 정혜숙 씨는 “참사랑은 계산이 없어서 후회가 없고, 그래서 변함없이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요”라고 적었더군요. 그는 12월경 직접 방한해 천상이네에 3000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도 했답니다. 또 정기적인 후원금 마련을 위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하니 좋은 결과가 기대됩니다.
해외 응원단까지 생긴 천상이와 그 가족들에게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천상이의 아픈 사연을 처음 소개했던 O₂도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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