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폐품 살리고, 분위기 살리고… DIY 서재 소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우유팩-플라스틱통으로 꾸미는 DIY 서재 소품

북스톱(왼쪽 위), 책갈피(왼쪽 아래), LED독서램프(오른쪽)
북스톱(왼쪽 위), 책갈피(왼쪽 아래), LED독서램프(오른쪽)
가을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싶어진다. 가을은 추운 겨울을 맞이하기 전, 잠시 여유를 갖고 자신을 성찰하기 좋은 계절이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가슴을 울리는 소설 한 편, 우리네 삶을 노래한 시집 한 권…. ‘독서’란 단어에는 여유로운 향기가 묻어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커피전문점의 소란스러움은 독서와는 좀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즈넉한 북 카페를 찾고 싶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아예 내 집을 그럴듯한 북 카페로 꾸며보는 건 어떤가. 내가 직접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본다면 더 좋을 것이다.

손수 만들기(DIY·Do It Yourself)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재료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버리려고 모아두었던 우유팩이나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해 보자. 폐품을 이용해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면 인테리어 효과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 따뜻한 분위기의 LED 독서램프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나면 덩그러니 남는 플라스틱 통. 이것은 의외로 멋지고, 나만의 취향에 맞는 독서램프의 재료가 된다. 독서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사진이나 그림을 밝히는 데 사용하면 갤러리 분위기까지 낼 수 있다.

①적당한 크기의 플라스틱 통(필자는 립톤 아이스티 믹스 통을 활용했다) 전체를 양면테이프로 촘촘히 감는다. 통의 한쪽 옆면에 나뭇가지를 끼울 구멍 두 개를 내고, 아래에는 전선을 연결할 구멍을 하나 낸다.

②램프의 다리로는 집 근처 산책길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사용한다. 램프의 다리역할을 할 만큼 적당한 두께와 길이의 가지를 고른다.

③나뭇가지를 끼웠을 때 램프가 안정감 있게 서는지를 확인한 다음 컵에 접착제로 붙여 단단히 고정한다.

④양면테이프를 한두 줄씩 떼어가면서 흰색 노끈으로 촘촘히 감고, 검정 수채화 물감으로 원하는 패턴을 그린다.

⑤통 안 쪽에 ‘Y’자형 나뭇가지를 붙여 전구를 고정할 받침대를 만든다.

⑥가까운 전기전문점에서 LED전구(백열전구를 쓰면 내부가 굉장히 뜨거워지므로 플라스틱 통이 녹을 수 있다)와 소켓, 전선 등을 구입한다. 전구를 받침대에 얹고 소켓과 전선을 연결하면 독서용 LED램프가 완성된다.

○ 책장 인테리어를 북스톱으로

북스톱은 책꽂이의 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많은 디자이너가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만들어내는, 서재의 중요한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다. 빈 우유팩과 조약돌 그리고 스케치북 종이만으로 개성 넘치는 멋진 북스톱을 만들어보자.

①1L들이 우유(또는 주스)팩을 깨끗이 씻어 말린다.

②작은 돌멩이로 우유팩을 채운다. 가득 채울 필요는 없지만 책 몇 권 정도를 버틸 수 있을 만큼은 무게를 실어줘야 실용성을 갖출 수 있다.

③우유팩을 테이프로 밀봉한 뒤 스케치북의 하얀 종이로 전체를 감싼다.

④원하는 이미지를 잘라 앞면에 붙이면 일단 완성.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골라 프린트하거나 잡지에서 오려 붙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을 활용한다면 더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책갈피 하나로 개성 뽐내기

책갈피는 시중에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구매를 하더라도 그리 큰돈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책과 늘 함께하는 책갈피야말로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아이템이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보다 낭만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DIY 책갈피를 만들어 독서생활에 활력을 더해 보면 어떨까.

①독서라는 주제에 맞게 펜슬 모양의 일러스트를 프린터로 출력한다.

②이것을 두꺼운 도화지나 빈 우유팩에 붙인 뒤 모양을 따라 오린다.

③펜슬 모양 끝부분에 구멍을 내고 레이스 리본이나 체크무늬 리본을 관통시켜 매듭을 지으면 끝.

■ DIY의 참된 의미


DIY란 말 그대로 전문 업자나 업체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필요에 따라 만들고 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게는 생활소품이나 의상에서부터 크게는 가구, 자동차 수리, 집짓기까지도 모두 DIY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직접 집을 수리하거나 가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고를 개조해 자신만의 DIY 작업실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DIY의 역사는 19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미 대학가에서 형편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이 폐가를 싼값에 빌려 스스로 리모델링하고 가구도 제작해 썼던 게 시초가 됐다. 대학가에서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집수리 기술이나 가구제작 방법에 관한 잡지들이 생겨났고, 1970년대에는 DIY에 관한 다양한 비디오가 제작됐다. 1990년대부터는 온라인으로 그 열풍이 이어져 현재 DIY와 관련한 웹 사이트와 블로그는 세기 힘들 만큼 많다.

한국에서도 DIY 시장은 여가시간 증가 등을 배경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DIY 마니아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정보 및 전문 서적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활 폐품을 활용해 예술작품이나 새로운 물건(원래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기능과 모양을 가진 것)을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폐품에 또 다른 부가가치를 심어준다는 의미로 단순 재활용(리사이클링·Re-cycling)보다 한 단계 진보한 개념이다.

양진석 인테리어 디자이너 jsyanga@gmail.com  
■ 양진석 디자이너는…

1981년생. 미국 시카고 미술대학(인테리어)과 캘리포니아 아트센터 디자인대학(환경디자인)에서 공부했다. 현재 ‘MouRi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일대 산업디자인학과 특임교수로도 활동 하는 신진 디자이너. 현재 영국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 립톤과 함께 제품 폐기물로 유용한 생활소품을 만드는 ‘에코 리메이크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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