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세대의 지도자, ‘i통령’ 스티브 잡스가 5일 애플과 세상에서 영원히 ‘로그아웃’했다. 온·오프라인 서점가는 ‘잡스둥이들의 로그인’으로 들끓고 있다. 7일 서점가에 따르면 잡스 사망 직후 몇 시간 동안 관련 서적 판매량이 최고 10배까지 폭증했다. 이달 말 출간 예정인 잡스 자서전은 예약판매 개시 반나절 만에 일간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 ‘iCon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스티브 잡스 무한혁신의 비밀’ 등 국내에서 출간된 잡스 관련 도서만 50종이 넘는다. 이대로라면 잡스의 이름과 얼굴만 넣어도 장사가 될 지경이다. 리바이스 청바지에 검정 터틀넥 티셔츠, 흰색 뉴발란스 운동화로 대표되는 수수한 패션은, 적어도 ‘스마트 세대’에겐 마이클 잭슨의 검은 페도라와 흰 장갑보다 더한 파격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잡스 신드롬은 어디까지 갈까. 분명한 것은 그는 퇴장한 영웅이고 신화로 박제될 것이며, 따라서 생동하는 ‘진행형’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에게 돌리고 있다.
쿡은 애플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잡스가 없을 때 CEO 대행을 전담해온 2인자이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구호를 록 스타처럼 부르짖던 별난 CEO 잡스에 갖다대면 그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쿡은 여러 면에서 잡스와 대척점에 있다. 출신성분부터 ‘모범생’이다. 미 앨라배마 주 오번대에서 산업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쳐 엘리트의 길을 걸었고, PC의 대명사 IBM에서 12년간 근무했다. 1997년에는 당대 최고의 업체로 급부상한 컴팩에 부사장으로 들어갔다.
쿡 최초의 ‘일탈’은 1998년 당시 추락하던 기업 애플로 이직한 것이었다. 잡스와의 5분 인터뷰는 30년간 이성을 앞세워 살던 그를 “더 창조적인 사람들과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관으로 이끌었다.
쿡은 영입되자마자 애플의 제조, 유통, 공급 체계를 깔끔하게 재정비했다. 70일 치가 넘었던 애플의 재고 물량은 2년 만에 10일 치 이하로 줄었다. 정교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능력, 조직 장악력은 잡스도 부러워할 쿡만의 능력이었다.
책은 ‘베일에 가려진 팀 쿡을 해부한 최초의 평전’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애플과 IT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팀 쿡이 누구냐는 첫 질문을 비켜 갈 수 없다’는 저자의 생각이 책의 출발점이다. 도착 지점은 ‘팀 쿡은 형편없이 과소평가돼 있으며 애플은 더 단단해질 것’이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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