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대종상 영화제의 4개 부문상을 거머쥔 ‘고지전’의 장훈 감독(사진)은 이번 수상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얼마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장 감독은 시상식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올 한 해 (김기덕 감독과의 갈등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김 감독님을 만나 영화를 시작했을 때처럼 좋은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장 감독의 영화계 스승인 김 감독은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아리랑’을 통해 장 감독을 실명으로 비판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 감독은 2009년 김 감독과 영화 ‘풍산개’를 준비하다가 대기업(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쇼박스가 투자와 배급을 맡은 ‘의형제’(2010년)의 연출을 맡으면서 김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
장 감독은 7월 ‘고지전’ 개봉에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제자로서 감독님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지만 김 감독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대기업이 배급하는 ‘고지전’이 저예산으로 만든 ‘풍산개’의 상영관을 빼앗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장 감독의 마음은 또다시 불편해졌다.
하지만 ‘고지전’이 대종상 영화제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장 감독은 스승과의 갈등을 작품성 있는 영화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스승을 넘어서 청출어람의 실력을 선보인 장 감독에게 김 감독도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며 “장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기본기, 인간적 태도, 세상을 보는 시각 등에서 돋보이는 충무로의 기대주”라고 말했다. 서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08년 김 감독의 시나리오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장 감독은 ‘의형제’와 ‘고지전’으로 각각 546만, 29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흥행 감독으로서도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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