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5회 국수전 결승 1국…물, 불 끄고 먼저 웃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12년간 조 9단이 9승8패…결승전에선 첫 격돌
초반부터 전투…8시간 혈투 끝 최 국수 돌 던져

조한승 9단(왼쪽)이 17일 국수전 결승 1국에서 최철한 9단에게 이긴 뒤 가진 복기에서 최 9단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조한승 9단(왼쪽)이 17일 국수전 결승 1국에서 최철한 9단에게 이긴 뒤 가진 복기에서 최 9단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기풍으로 말하자면 불과 물, 서로 다른 극성(極性)의 최철한 9단(26)과 조한승 9단(29)이 17일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제55회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만났다.

최철한 국수는 싸움바둑으로 유명하다. 정밀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먼저 싸움을 거는 것을 즐겨하는 타입. 굳이 가르자면 이세돌류다. 반면 조한승은 유연한 바둑. 독기가 부족해 정상으로 발돋움하는 데 늘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둘 다 달라졌다. 최 국수는 좀 더 유연해졌으며 조 9단은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둘에게 국수전의 인연은 각별하다. 특히 최 국수에게는 천원전과 함께 세 차례나 타이틀을 따낸 기전. 2004년 당대의 거목 이창호 국수에게서 처음으로 타이틀을 빼앗아 2연패했다. 이후 2006년 이창호에게 빼앗겼다가 올해 다시 권좌를 찾았다. 조 9단은 2003년 도전자로 나섰다가 실패한 뒤 8년 만에 다시 도전했다.

둘의 상대 전적은 9승 8패로 조 9단이 약간 앞선다. 1999년 이래 17차례나 만났으나 결승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둘은 오늘은 적으로 만났으나 평소에는 비교적 서로의 속내를 잘 아는 선후배 사이로 알려져 있다. 조 9단이 1995년, 최 9단이 1997년 입단해 오래 알고 지내왔으며 지난해 광저우 아시경기에서는 같이 한국대표로 출전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 국수가 후배이지만 관록 면에서는 조 9단보다 중량감이 느껴진다. 최 국수는 세계기전을 포함해 11차례 우승했으며 세계대회인 응씨배를 비롯해 천원까지 포함해 현역 3관왕. 조 9단은 국내 대회에서는 GS칼텍스와 천원전에서 한 차례씩 우승했을 뿐이다. 그래도 올해 조 9단의 성적은 49승 14패, 승률 77.77%로 승률 1위이고 다승 2위로 상승세다.

이날 대국 전 돌을 가린 결과 조 9단이 흑을 들었다. 조 9단은 평소 기풍과는 달리 초반부터 먼저 싸움을 걸어갔다. 조 9단의 적극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 대형 바꿔치기가 이뤄진 이 싸움에서 조 9단은 실리를 버리고 중앙의 두터움을 택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싸움이 벌어져 타협해가며 균형을 맞춰갔으나 백이 중앙의 두터움에 밀렸다. 국내 기전 가운데 제한시간이 3시간으로 가장 긴 탓에 8시간 혈전이 진행된 끝에 오후 6시경 243수 만에 최 국수가 돌을 던졌다. 이후 복기에서는 주로 초반 좌하귀 접전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등 40분에 걸쳐 계속됐다. 김승준 9단은 “조 9단이 초반의 두터움을 막판까지 끌고 가는 솜씨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도전기 형식으로 치러지는 국수전의 우승상금은 4500만 원. 먼저 3승을 거두면 우승. 결승 2국은 25일 안동 군자마을에게 속행된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