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祿位(녹위)를 반환하자 제나라 왕은 숙소로 맹자를 찾아와 만류하고 또 신하 時子를 시켜 맹자를 위해 도성에 집을 마련하고 제자들을 萬鍾(만종)의 녹봉으로 기르게 하겠으니 그대로 머물도록 청하라고 시켰다. 그러자 시자는 맹자의 제자 陳臻(진진)을 통해 그에게 제나라 왕의 말을 맹자에게 전하라고 부탁했다. 진진이 시자의 말을 전하자, 맹자는 시자나 제나라 왕이 자신의 뜻을 알지 못함을 탄식했다.
因陳子는 ‘진자에게 부탁하여’ 정도의 뜻을 나타낸다. 진자는 곧 맹자의 제자 진진이다. 以時子之言의 以는 告하는 내용을 목적어로 끌어오는 介詞(개사)다. 然은 ‘과연, 그렇군’이란 뜻을 지닌다. 夫는 ‘저’라는 뜻을 지닌 삼인칭대명사이다. 惡(오)는 ‘어찌’라는 뜻의 의문사이다. 其不可는 집과 萬鍾祿(만종록)을 주어 자신을 만류하려고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如使는 ‘만일’이란 뜻으로, 假令(가령) 設令(설령) 假使(가사) 設使(설사) 등과 쓰임이 같다. 辭十萬이란 맹자가 客卿(객경)으로 있을 때 연간 십만 종의 녹봉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것도 사양했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1鍾은 6斛(곡·열 말) 4斗이므로 10만 종이라면 64만 곡에 해당한다.
옛 사람들은 辭受(사수)에 있어서 正道를 지키려고 했다. 맹자는 어느 한 나라의 신하가 되지 않았다. 제나라에서는 십만 종의 녹봉을 사양하고, 만종록의 제안이 있어도 받지 않았다. 지금 고위층 인사들 가운데는 辭受에서 정도를 지키지 않는 이가 있는 듯하다. 정약용이 춘천에서 만난 校卒(교졸)과 鄕甲(향갑·풍헌)은 춘천도호부 아전들의 작태를 두고 “모두 餓鬼(아귀)요 渴魔(갈마)라서 돈을 보면 삼키고 곡식 보면 마셔대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했다. 아귀와 갈마가 아닌,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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